우리가 돌아갈 길이다. 킹스턴 출발 밴쿠버 도착을 찍으면 구글은 미국 길을 먼저 보여준다. 경험으로 보아 미국 도로가 더 넓고 밝고 휴게소도 잘 되어있어 편한데다 거리 마저 짧아 시간도 단축되는 거 다 아는 사실이다. 넥서스 카드 흔들고 넘어가 코스코 장 보고 기름 넣고 넘어오는 이웃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꽉 막힌 국경 탓에 꿈도 못꿀 일이다. 그래서 파란 줄을 국경 (노란선) 위로 올려놓고 길을 찾는다. 무수한 노란 별들은 우리가 동쪽 가는 길에 들렀던 곳들이다. 돌아가는 길은 큰 도시 위주, 숙소 위주의 단순한 여정이 될 거므로 여기에 몇 개의 별만 추가되겠지만 이제 날씨에 대한 변수도 고려해야 할 거니 어떤 길로 갈지는 도착한 다음에라야 알 거 같다.
내일 일은 나 몰라요 하루 하루 살아요 라는 찬송가 노랫말이 정말 맘에 와닿는 날들이다. 남들은 부러워할 지 모르겠으나, 오늘 하루 지나는 길 무사히 통과하고 오늘 저녁 내 몸 누일 장소를 찾아 드는 것이 우리의 최대 임무가 되는, 하루 하루 살아내는 우리의 여정이 아닌가. 막상 호기롭게 킹스턴을 출발했는데 오늘 저녁은 또 어디까지 어떻게 가야하나.
구글맵은 토론토를 거쳐 가라 권하지만 토론토 근방으로 다시 갈 마음은 없었다. 남편의 처음 의견은 오타와를 들러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는데 아무리 못가도 당일 North Bay까지는 가야하는데 너무 돌아 가는 길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우리가 퀘벡시티에서 몽트랑블랑 갈 때 올라갔던 길의 산과 들판을 생각하며 다시한번 그렇게 가보기로 했다.
아래 지도에서 잘 보이지 않는, 어딘가 가운데 길, 그 시골길을 구비구비 올라갔다.
아래 사진들은 킹스톤을 출발해 401번으로 잠시 가다가 위 지도의 41번과 11번 쪽으로 올라가는 길과 마을 풍경이다. 사진 간간이 보이는 지명 Erinsville, Eganville, Refrew 같은 지명이 방향을 알려준다.
킹스톤이나 토론토 지역이 지도상으로 상당히 남쪽이라 그런지 지나온 퀘벡에 비해 온타리오의 단풍은 아직 많이 일러 보였다. 뿐만 아니라, 간간히 짙어진 단풍도 퀘벡 마냥 다양하거나 화려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단조롭고 수수한 편이었다.
오늘 저녁 숙소로 3군데를 찍어 왔는데 North Bay는 벌써 통과했고, 다음이 West Nipissing, 그 다음이 Sudbury에 있는 캠프그라운드였다. 130킬로 남은 써더버리까지는 좀 무리일 거 같아 웨스트 니피싱에 들리기로 하여 길을 가는데 계속 호수길이다.
지도를 보아 이 거대한 호수는 니피싱 호수 Lake Nipissing으로 오대호 중 하나인 휴론 호수의 조지안 베이까지 강으로 연결되어 있다. 강 이름은 French River. 이 강은 몬트리올에서 슈페리오 호수 까지의 모피 무역을 이어주고 통나무를 운송하고 낚시의 명소로 각광받은 역사적인 강으로 캐나다 역사유적 강으로 지정되어있다고 한다.
웨스트 니피싱 마을을 거쳐 오늘의 숙소로 찾아가는 길이다. 드문 드문 주택이 있다가 마지막에는 비포장도로로 이어졌다. 이곳에 Glenrock 과 Big Oak 라는 이름으로 두 개의 캠프장이 나란히 있었는데 우리는 먼저 찾아들어간 Glenrock에 머물기로 했다. 주로 먼저 들어가는 곳으로 정하는 우리도 참 단순하다.
나중에 지도를 보니 Big Oak는 약간 숲속에, Glenrock은 바로 니피싱 호수를 끼고 있었다.
호수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아이들과 헤어진지 이제 12시간도 안되었는데 그 생생함이 아련한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멀리 와버린 걸까.
마음과 몸이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나자신 혼란스럽고... 쓸쓸했다.
'여행_캐나다 횡단 2021년 9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횡단 D31: 아직 온타리오 (와와에서 드라이든) (0) | 2021.12.18 |
---|---|
횡단 D30: 니피싱에서 와와까지 (0) | 2021.12.17 |
횡단 D29: 킹스턴을 떠나며 (0) | 2021.12.13 |
횡단 D26: 올드 몬트리올에서 온타리오로 (0) | 2021.12.11 |
횡단 D26: 몽레알, 몬트리올 (0) | 2021.12.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