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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캐나다 횡단 2021년 9월

횡단 D31: 아직 온타리오 (와와에서 드라이든)

by 밴쿠버제니 2021. 12. 18.

와와에서 위니펙 방향으로 가는 중이다.  지도에서 보다시피 매니토바의 위니펙 까지는 거의 1200 킬로 거리니까 도저히 오늘 내로 도착할 수는 없을 터, 온타리오에서 하루밤 더 자야할 거 같다.  네 군데 (별표)로 미리 도착 예정지를 설정하고 출발한다.  이른 아침이다.

길가에 흰 자작나무 숲이 이어진다. 단풍은 온통 노랗다

와와에서 출발해서 내륙쪽으로 한참 달리다가 슈페리오 호수를 다시 만나는 지점에 마라톤 Marathon이라는 마을이 있다.  이곳에서 썬더베이에 이르기까지 쭈욱 호수길이 이어지고 도중에 전망대도 몇 군데 있지만 막상 달리다보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마라톤 길가에 있는 에쏘에 들러 기름을 채우는데 주유소 앞 잔디밭에서 꼬맹이 둘이 신나게 뛰고 있다
장거리 여행을 하는 중에 답답할 아이들을 풀어놓은 듯 하다. 내복만 입은 아이들이 뛰며내는 꺄르륵 웃음소리에 내 마음도 상쾌하게 뚫리는 거 같았다.
고속도로에서 주유 이후 유리창 닦기는 필수~
다시 노랗게 단풍 든 산길을 따라 길을 떠난다

아래는 마라톤을 지나 한참 가다 길옆에 숨어있는 전망대 중의 하나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이 숨어있어 잘 보이지도 않은데 바다 풍경을 보고 용케 찾아올라갔다.  지도로 보아,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숲은 Neys Provincial Park이다.

꼬불꼬불 올라갔던 전망대에서 내려와 다시 고속도로 17번에 올라서는데 호수 때문인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테라스베이 마을도 들리면 좋겠지만 통과~~
도로에서 보이던 호숫가로 가보려 했으나 한참을 가야해서 포기하고 잠시 숲 구경만 하고 나왔다.
이 길 따라 올라가본 곳은 지도로 보니 아마 Kama Bay Lookout이었던 듯 하다. 시간이 지나니 기억이 흐려진다.
하지만 멋진 호수 풍경은 눈에 보이는 듯 하다.  모래사장이 꽤 길어 보였다.
슈페리어 호수를 또 볼 날이 있겠지~~
전망대 주변에 작은 오솔길이 있어 걸어다닐 만 했다
길가에 가끔 보이는 이런 돔 형태의 구조물은 동절기 대비 소금과 모래를 보관하는 곳이다.
니피곤 길가에 있는 작은 주유소다.

인터넷으로 근방의 싼 주유소를 서치하니 1등으로 추천하는 곳이라 찾아갔는데 마라톤 에쏘에서 리터당 155.9 (1불 55전)였는데 여기서는 132.7 이었다.  위 사진은 주유 중 반대편을 찍은 사진이라 보이지 않지만 주유기가 여러 개 있고 직원들이 바삐 움직였다.  원주민 가족이 운영하는 동네 주유소 같았는데 어찌 알았는지 우리 같은 차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테리 폭스가 이 길도 갔던 모양이다.
같은 폰으로 찍은 사진인데 어찌해서 이런 사진이 나왔을지 의문이다
단풍의 노란색이 폰을 물들인 걸까

이제 썬더베이 (Thunder Bay)를 지나왔으니 더이상 슈페리오 호수는 볼 수가 없다.  계속 17번을 타고 북서로 달리는 중인데 벌써 내가 찜한 첫번째 숙소 Upsala Campground도 지나쳤다.  두 번째 예상 숙소는 이곳  이그네이스 (Ignace) 였는데 거기도 통과할 태세라 잠시 길가 방문객 센타에 들렀다.  이곳은 동부로 가는 길에 들렀었고 주말이라 문이 닫혀있었던 기억이 난다.  벌써 3주가 지난 후라서 그런지 가을 느낌이 확연하다.

결국 드라이든 Dryden 까지 왔다. 


8백킬로를 훨씬 넘게 온 거니 더 이상 갈 수도 없지만 이곳 드라이든은 남편과 나에게 까지 추억의 장소기도 하다.  우리는 두말 없이 멈추기로 하고 맨 먼저 월마트를 찾았다.  월마트에 쇼핑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주차장.  여러 해 전 트레일러를 타고 구비구비 온타리오 북부를 넘어와 쉴 곳을 찾아 결국 차를 세우고 먹을 거리를 사고 화장실을 사용하고 하루밤을 지냈던 바로 그 월마트 주차장을 한바퀴 해보았다.

콘크리트로 아예 나누어져 있는 바로 저 곳이었다. 지금도 몇몇 트레일러 트럭이 밤을 지새우기 위해 서있다. 그때, 추운 겨울 늦은 밤 빼곡히 들어찬 대형 트럭들이 밤새 시동을 켜두고 웅웅거리는 가운데 안전한 곳에 주차했다는 안도감에 깊이 잘 수 있었다.
넓은 공간을 할애하는 월마트가 이런 면에서 많이 관대한 기업인 거 같다
남편이 혼자 왔을 때는 월마트 주차장 그 맞은 편 마트에서 먹을 거리를 사오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찾은 곳은 월마트에서 멀지 않은 캠프그라운드 Northwestern Tent & RV Park이다.  사실 오늘의 숙소로 찜해온 네 군데 중 아무 곳도 곳이다.   캠프장을 찾아 조금이라도 멀리 들어갈 마음이 없기에 드라이든 시내 17번 길가에 있는 곳으로 그냥 찾아들어온 곳이다.  하루밤 묵는 데 아무려면 어떠랴.  정 안되면 월마트 주차장을 오자는 생각도 있었다.  멋진 숲이나 호수는 없지만 소박한 자리에 전기가 있고 가까이 샤워가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오피스에서 만난 호탕한 여주인은 우리에게 오피스에서 멀지 않은 자리를 배정해 주면서 본인 이야기를 늘어놨다.  이 캠프장을 수십년 운영해왔고 팔려고 내놓았다가 드디어 팔린 얘기와 새 주인이 본인에게 관리를 맡겨서 아직도 이렇게 나와있다는 넋두리들.  내년 1월에 본인 집에 들어가기 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러면서 빨간 하트 모양 초코렛을 두 개 건네왔다. 

피곤했던 우리는 그냥 건성으로 들으며 땡큐를 연발하고 우리 자리로 오면서 그 여주인이 이 캠프장 판 것을 좋아하는 걸까 후회하는 걸까 헷갈리기 시작했다.  아마 둘 다 일거다.  너무 오래해서 지긋지긋하지만 막상 내 손을 떠난 후엔 공허함이 커지는 거니까.  아무쪼록 그 여주인이 새로운 시작을 잘 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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