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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캐나다 횡단 2021년 9월

횡단 D32: 세 개의 주를 넘다

by 밴쿠버제니 2021. 12. 18.

오늘은 우리의 여정에서 가장 운전이 길었던 날로 기록될 거 같다. 지도로 보아 직선 거리로도 한없이 먼 길이지만 도중에 들리고 마지막에 헤매었던 모든 거리를 합하니 천 킬로가 훨씬 넘고 무려 세개의 주 (온타리오-매니토바-사스케츄완)을 관통했던 하루를 되짚어 본다.

추억의 드라이든 (Dryden)을 뒤로하고 출발한 아침엔 비가 내렸다. 그동안의 여정에 많은 기후 변화가 있었지만 대체로 맑은 날이 많았다. 이제 축축한 비가 내리니 겨울을 재촉하는 듯 했다. 캐나다 내륙의 10월 날씨는 언제 어떻게 달라질 지 모른다. 몇년 전 밴쿠버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신부와 함께 차를 끌고 킹스톤 까지 갔던 아들이 알버타와 매니토바를 통과하면서 폭설이 왔던 그때가 9월말이었다. 그래서, 좀더 멀리 좀더 빨리 내륙을 벗어나고자 남편은 그렇게 열심히 달렸나보다~~

날씨가 개이자 여전히 노란 가을 단풍이 드러났다.

우리가 묵었던 드라이든 (Dryden)에서 약 2백 킬로 가면 온타리오가 끝나고 마니토바주가 나타난다. 그동안 주를 넘나들면서 주 경계 싸인을 늘 놓치곤 했는데 이번에는 성공이다.

오면서 내내 주유소를 몇 개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차에 기름이 달랑달랑하니 나는 불안한데 남편은 왜 그리 태평인지. 사실 구글맵에 주유소를 보여주니 얼마나 가면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 넓고 황량한 길가에서는 만일의 경우도 있지 않은가. 난 시내에서도 마지막 눈금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 주유하는 편이다~~

마니토바에 넘어오니 가스비가 확 내렸다 1.55, 1.46이었다가 여기는 1.31

마니토바로 들어서니 주변 풍경이 확 바뀐다. 갈 수록 높은 산, 높은 나무들이 사라지고 평원이 이어진다.
아래 세 사진은 찍은 시간이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데 하늘이 다 다르다.

이 나무를 끝으로 이후 거의 들판만 본 거 같다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록키로 놀러오세요 레이크 루이스로 오세요 같은 광고 싸인을 가끔 보는데 반가왔다. 광고 문구는 See Bears from the Chairs였던 걸로 기억하다. 여름이면 리프트 체어에 앉아 밑에 지나가는 곰들을 실제 볼 수가 있다.

위니펙에 들어서는 중이다. 아침 부터 약 400킬로 온 셈이다
이 들판에서 저 멀리 장례식 장면을 보았다. 이십여명의 사람들이 검은 상복을 입고 한 줄로 늘어선 가운데 맨 앞에 신부님이 가슴에 성경을 안고 기도하는 듯 했다. 아주 멀었지만 명확한 실루엣과 아름다운 엄숙함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는데... 정신 차리고 한 컷 찍고 보니 그 장면은 이 사진 보이지 않는 오른편에 숨어버렸다.
위니펙에서 살다가 밴쿠버로 오신 분들과 가까이 지낸 적이 있어 그런지 이곳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한국 마트 한 곳을 찾아가 보았다.

아래 중국집은 마트 주인장에게 추천받은 식당 중 한군데다. 한식 보다 오랜만에 짜장면을 먹자는데 의기투합하여 마트에서 그리 멀지않은 이곳으로 왔다. 이름은 도원이라는 중식당이다. 간판이 흐릿하여 아주 오래된 느낌이 나는데 내부는 깨끗하고 우리가 시켰던 잡채밥과 삼선 간짜장은 밴쿠버의 희래등이나 취홍 못지 않게 훌륭했다.

위니펙의 짜장면을 기억에 넣어 두고 다시 길을 떠나 마니토바의 평원을 달려갔다.

이곳은 Portage la Prairie라는 마을이다. 카누를 평원 위로 운반한다는 뜻을 가진 이름이라 한다. 마을 지도를 보면 강이 마을 안에 원을 그리며 휘돌고 있는 아담하고 멋진 동네인 듯하지만 들어가지는 못했다.
https://investinportage.ca
버얼써 사스케츄완 주에 들어왔는데 인지를 못했고 주 경계 사진도 찍지 못했다. 이 사진은 가져왔다. https://transcanadahighway.com

아래 두 사진은 길가의 전신주가 한쪽은 계속 낮은 걸로 세워져 있고 반대편은 높은 걸로 세워져 있길래 비교삼아 찍어보았다. 우리는 모르는 깊은 뜻이 있으리라~

거의 천 킬로를 달려 사스케츄완주의 수도 리자이나 (Regina)로 들어섰다.

이 시점에서 오늘의 숙소를 찾아 헤맨 길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몇 군데 캠프그라운드 찾았으나 9월말로 문닫은 곳이 대부분이었고, 한 곳이 평도 좋고 위치도 그리 멀지 않아 가기로 했다. 전화를 하니 여자 주인이 받아서 현장에 관리인이 있을거라고 했고 15amp 전기를 물으니 30과 50 밖에 없지만 관리인 숙소에서 익스텐션 코드를 연결해서 쓸 수 있게 하겠다는 말에 지도로 위치를 확인하고 출발했다.

우리가 있었던 곳은 월마트 위치였는데 별표를 한 캠프그라운드에 가기까지 여러 교차로와 고속도로 밖의 서비스 로드를 오가기를 반복하다 결국 여주인 셰리와 통화하며 계속 안내를 받았으나 여전히 그곳에 갈 수가 없었다. 눈에 뻔히 보이는 캠프장이 고속도로에서는 내려갈 수가 없고 네비게이션도 주소를 인지하지 못했다. 더우기 리자이나로 들어오는 차들은 많고 모두 마음이 급한지 엄청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지라 인간 네비가 전화로 알려오는 방향은 두어 템포 늦기에, 머뭇거릴 수가 없는 상황인데 위험하기 까지 했다. 이 주변을 헤매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다 오늘 밤은 여기가 아닌가벼~ 하며 통화하던 셰리와 안녕을 고했다. Thanks a million anyway!! 그 캠프사이트 평점이 좋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결국 우리는 교차로 주변을 헤맬 때 보아둔 모텔 Super 8으로 들어갔다. 직원 아지즈가 해준 할인혜택과 업그레이드에 따라 우리는 82불 내고 퀸 배드가 2개 있는 크고 깨끗한 방으로 배정받고 그제서야 늦은 저녁을 해결했다. 방도 깨끗하고 비품도 충실하고 다음날 조식도 아주 괜찮아서 알고보니 한국인이 주인이었다. 역시 한국 사람이 부지런하고 고객의 필요를 잘 파악하니 비지니스도 잘 하는 것이야~ 몸이 편하고 보니 좀전 까지 우리가 묵을 숙소를 위해 긴 시간 전화를 하며 길 안내를 하려 애써준 셰리 생각이 나서 모텔에서 잘 곳을 찾았다는 이메일을 한 줄 띄웠다. 당장 전화가 왔다. 안그래도 걱정했는데 너무 다행이라고~ 다음 기회에 보자고~ 의례적이지 않고 정말 걱정한 진심이 전해져왔다.

그러자고는 했지만 아마 다음에도, 다음에는 곧바로 이 한국인이 하는 모텔에 들어올 거 같다~ㅎㅎ
아주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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