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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캐나다 횡단 2021년 9월

횡단 D33: 알버타로 넘어오는 길

by 밴쿠버제니 2021. 12. 20.

오랜만에 모텔에서 주는 조식을 느긋하게 먹으며 세탁실에서 빨래도 돌렸다. 팬데믹이라 그런지 모텔에서의 아침밥은 모두 포장가능한 걸로 객실에 들고와서 먹어야했는데 깨끗하고 준비가 잘 된 느낌이 들었다. 역시 한국사람이 최고!! 주인의 성의가 엿보여 흐믓했다. 기억을 더듬는 의미로 홈페이지 사진 몇 장 가져와 보았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우리의 숙박에 대한 계획은 하루 캠핑, 하루 모텔이었다. 막상 다녀보니 전기와 수도가 있는 캠프그라운드에서의 생활이 지낼만 한데다 무엇보다 코로나에 덜 노출된다는 느낌이 들어 동부로 가는 동안 가능한 모든 날을 차박 캠핑을 하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서는 주로 모텔을 이용하며 가자고 말은 했었지만, 이제 시즌을 끝내는 캠핑장들이 서서히 문을 닫는 가운데 오픈만 하고 있으면 워크인으로도 자리가 넉넉했다. 게다가, 이런 캠핑 생활을 또 언제 어디서 해본단 말인가~ 그래서 가능하면 캠핑장을 찾아들었지만, 넓은 퀸베드의 깨끗한 시트 속에서 하루밤 자고나니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ㅎ

조금 늦게 리자이나를 출발했다. 오늘 목표는 록키산을 멀리서라도 보는 것이다. 동부로 갈때는 자스퍼를 거쳐 애드몬톤으로 넘어갔지만 돌아가는 길은 좀더 짧은 코스인 캘거리 방향으로 가기로 하고 사스케츄완을 관통하는 1번 하이웨이에 올랐다.

사스케츄완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록키 관광 광고를 하는 것이 너무 이해가 된다. 여기서 일생 살다 만난 록키산에 대한 감동은 평생 기억되리라.
이따금 만나는 길가 나무들이 반가워 찍어보았다
수시로 화물 열차들이 들판을 가로질러 달린다. 밴쿠버에서 온 기차려나..
들판이 보기에 잠잠한 거 같아도 wind gust 돌풍이 몰아치고 흙먼지도 엄청 나다.  이런 먼지 폭풍을 피하기 위함인지 평원 가운데 띄엄띄엄 있는 집들은 울타리가 하나의 작은 숲을 이루고 있었다.
타운에 가까워지니 집들도 늘어났다
플라잉 제이는 트럭스탑이다. 미국에 있는 큰 트럭스탑에 가보면 마치 작은 마을 같다. 식당과 마트와 샤워실과 영화관 등 온갖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주유소 위주의 소규모 트럭스탑일 경우가 많다.  그나마도 트러커들에게는 반가운 쉼터~
내가 좋아하는 마을 이름 중 하나 Moose Jaw

Moose Jaw, Swift Current, Medicine Hat. 리자이나와 캘거리 사이에 있는 마을 이름들이다. 원주민 언어를 영어로 번역하여 붙인 마을 이름인 듯 하다. 그 유래를 잠시 인터넷으로 찾아보자면,

Moose Jaw : 강 가의 따뜻한 장소라는 원주민 언어 moscastani-sipiy에서 나왔다고 한다
Swift Current : 평원을 감싸고 도는 물길이라는 뜻으로 초기 모피 무역상들이 불어로 riviere au courant (빠르게 달리는 강?)이라고 부른 지명에서 나왔다고 하며,
Medicine Hat : 옛날 사람을 고치던 힐러가 머리 장식으로 사용했던 매의 꼬리 깃털을 일컫는 원주민 언어 saami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스케츄완 평원을 지나가다 보면 군데 군데 이런 소금 무더기들이 보인다. 동부로 가는 길에 들린 소금온천 마니뚜 Manitou가 생각난다.
Swift Current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하고 유리창을 닦고 간식 타임~
이제 Medicine Hat으로 가는 참이다. 메디슨 햇은 알버타 주에 있다.
어느 틈엔가 알버타~
역시 알버타다. 이 검은 소들이 그 유명한 블랙 앵거스이던가 (Black Angus). 차를 잠시 세우고 저 목동에게 물어보고 싶다
이는 매디슨 햇에 있는 천막 기념물 Saamis Tepee. 이 구조물은 약 20층 높이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세워졌다가 3년 뒤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매디슨 햇을 지나면 모든 차량들이 다 볼 수 있는 산비탈에 이런 글이 새겨져 있는데 그 뜻은 The Third Canadian Mounted Rifles and the 175th Infantry Battalion 이라고 한다. 즉 세계 1차대전 때 이곳에서 징집된 2개의 캐나다 부대를 기려 만든 것으로 메이플은 백년이 넘은 붉은 벽돌로 만들었으며 흰색 글자는 흰 페인트 칠을 한 약 70톤의 돌로 만들었다고 한다.
검정 소 농장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이곳은 유전인가~
캘거리로 가는 도중에 인터넷을 보니 하이웨이 근처 모텔이 아주 사진도 근사하고 평도 괜찮아 들러보기로 했다. 들어서는 길이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막상 가보니 초라한 오두막 사무실에 인도 노파와 그 아들이 츄리닝 차림으로 앉아있었다. 잠시 둘러보는데 여기서는 사람 몇 죽여도 표도 안나겠다는 느낌이 들어 남편과 눈짓하고 황급히 나왔다. 사진과 실제가 그렇게 다를 수가 있는지. (내 느낌이 그랬다는 거다~~)
소 농장 군데군데 물 웅덩이가 있다
이제 좀더 가면 캘거리다. 도중에 닦아도 저녁이면 평원에서 부딪혀오는 벌레들의 흔적이 유리창 한가득이다
서쪽으로 향하는 석양에 눈이 부셔 운전이 쉽지 않다
캘거리에서도 모텔8에 들어가고 싶지만 시내까지 들어가서 숙소를 찾기에 너무 늦은 듯 하다.

그래서 찾아온 곳이 이곳 Mountain View 캠프장이다. 구글맵으로 열심히 서치하는 가운데 우리가 지나가던 하이웨이 바로 근처에 이 캠프장이 열려있다고 나왔다. 평도 괜찮은데다 무엇보다 가까와서 들러보니 사무실은 닫혀있고 주인 명함이 한장 붙어 있었다.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웠지만 전화로 명함 주인 크리스와 통화하고 자리를 전화로 배정받고 또 e-transfer로 요금을 보낸 후 우리는 얼른 자리를 잡고 전기를 꽂았다.
그래 여기서 지내보자. 하룻밤 추위만 피하면 되니까~~

어둠이 몰려와 간단히 요기를 하고 샤워실로 가는데, RV 주인들이 모닥불을 크게 피워놓고 담요를 뒤집어쓴 채 둘러앉아 떠들며 노래하며 수다 떨고 있었다. 모닥불을 보니 마치 한겨울 연말연시 느낌이 들었는데 진짜 그랬다. 밤새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다.

그 이름 마운틴 뷰니 멀리서라도 록키를 보고자 한 우리의 오늘 목표에 딱 맞는 장소 아닐까
현장을 돌기에는 너무 어두워 우리가 들어간 곳에 대해 다시 찾아보니 들판에 있어 황량하긴 해도 나쁘지 않다.  물론 실제와 광고사진은 언제나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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