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와에서 위니펙 방향으로 가는 중이다. 지도에서 보다시피 매니토바의 위니펙 까지는 거의 1200 킬로 거리니까 도저히 오늘 내로 도착할 수는 없을 터, 온타리오에서 하루밤 더 자야할 거 같다. 네 군데 (별표)로 미리 도착 예정지를 설정하고 출발한다. 이른 아침이다.
와와에서 출발해서 내륙쪽으로 한참 달리다가 슈페리오 호수를 다시 만나는 지점에 마라톤 Marathon이라는 마을이 있다. 이곳에서 썬더베이에 이르기까지 쭈욱 호수길이 이어지고 도중에 전망대도 몇 군데 있지만 막상 달리다보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아래는 마라톤을 지나 한참 가다 길옆에 숨어있는 전망대 중의 하나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이 숨어있어 잘 보이지도 않은데 바다 풍경을 보고 용케 찾아올라갔다. 지도로 보아,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숲은 Neys Provincial Park이다.
인터넷으로 근방의 싼 주유소를 서치하니 1등으로 추천하는 곳이라 찾아갔는데 마라톤 에쏘에서 리터당 155.9 (1불 55전)였는데 여기서는 132.7 이었다. 위 사진은 주유 중 반대편을 찍은 사진이라 보이지 않지만 주유기가 여러 개 있고 직원들이 바삐 움직였다. 원주민 가족이 운영하는 동네 주유소 같았는데 어찌 알았는지 우리 같은 차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이제 썬더베이 (Thunder Bay)를 지나왔으니 더이상 슈페리오 호수는 볼 수가 없다. 계속 17번을 타고 북서로 달리는 중인데 벌써 내가 찜한 첫번째 숙소 Upsala Campground도 지나쳤다. 두 번째 예상 숙소는 이곳 이그네이스 (Ignace) 였는데 거기도 통과할 태세라 잠시 길가 방문객 센타에 들렀다. 이곳은 동부로 가는 길에 들렀었고 주말이라 문이 닫혀있었던 기억이 난다. 벌써 3주가 지난 후라서 그런지 가을 느낌이 확연하다.
결국 드라이든 Dryden 까지 왔다.
8백킬로를 훨씬 넘게 온 거니 더 이상 갈 수도 없지만 이곳 드라이든은 남편과 나에게 까지 추억의 장소기도 하다. 우리는 두말 없이 멈추기로 하고 맨 먼저 월마트를 찾았다. 월마트에 쇼핑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주차장. 여러 해 전 트레일러를 타고 구비구비 온타리오 북부를 넘어와 쉴 곳을 찾아 결국 차를 세우고 먹을 거리를 사고 화장실을 사용하고 하루밤을 지냈던 바로 그 월마트 주차장을 한바퀴 해보았다.
그리고 우리가 찾은 곳은 월마트에서 멀지 않은 캠프그라운드 Northwestern Tent & RV Park이다. 사실 오늘의 숙소로 찜해온 네 군데 중 아무 곳도 곳이다. 캠프장을 찾아 조금이라도 멀리 들어갈 마음이 없기에 드라이든 시내 17번 길가에 있는 곳으로 그냥 찾아들어온 곳이다. 하루밤 묵는 데 아무려면 어떠랴. 정 안되면 월마트 주차장을 오자는 생각도 있었다. 멋진 숲이나 호수는 없지만 소박한 자리에 전기가 있고 가까이 샤워가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오피스에서 만난 호탕한 여주인은 우리에게 오피스에서 멀지 않은 자리를 배정해 주면서 본인 이야기를 늘어놨다. 이 캠프장을 수십년 운영해왔고 팔려고 내놓았다가 드디어 팔린 얘기와 새 주인이 본인에게 관리를 맡겨서 아직도 이렇게 나와있다는 넋두리들. 내년 1월에 본인 집에 들어가기 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러면서 빨간 하트 모양 초코렛을 두 개 건네왔다.
피곤했던 우리는 그냥 건성으로 들으며 땡큐를 연발하고 우리 자리로 오면서 그 여주인이 이 캠프장 판 것을 좋아하는 걸까 후회하는 걸까 헷갈리기 시작했다. 아마 둘 다 일거다. 너무 오래해서 지긋지긋하지만 막상 내 손을 떠난 후엔 공허함이 커지는 거니까. 아무쪼록 그 여주인이 새로운 시작을 잘 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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