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이른 아침 우리는 출발 준비를 마쳤다. 지난 오후 체크인할 때 빌렸던 어댑터 (30amp를 15amp로 내려주는) 미리 약속한대로 오피스 문 사이에 잘 넣어두고 니피싱 레이크를 떠났다.
먼 길을 갈 때는 일찍 출발하는 것이 최선이다. 출발하고 보니 오전 7시다. 남편이 트레일러를 끌고 다닐 때 두 번 동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새벽 2시에 출발한 기억도 있으니 7시 정도는 뭐 이른 출발이라고 할 수도 없겠다. 인적 없는 도로와 이슬을 머금은 길가 나무와 푸르스름하고 차갑게 다가오는 공기가 우리를 감싸는 이 느낌. 살아있는 느낌이 드는 아침이었다.
니피싱 레이크에 있는 캠프그라운드를 출발한 오늘의 1차 목적지는 수 생뜨 마리 (Sault Ste. Marie)다. 17번 하이웨이를 타고 약 400킬로 서쪽으로 가는 거리다. 그리고는 수에서 북쪽으로 올라가야한다. 썬더베이를 향해 갈 수 있는 데 까지 가다가 오늘 밤을 지낼 예정인데 한 군데 별표를 찍고 가는 중이다 (아래 지도).
지난 기록을 보니 이 길은 18일 전에 통과했고 이때는 수에 있는 Bell's Point Campground에서 지냈었다. 두 개의 강이 흐르는 공원 같은, 내가 돈이 있다면 정말 사고 싶을 만큼 맘에 들었던 캠프장이어서 다시 가보고 싶기도 했지만 하루 400킬로 정도에 차를 세울 거 같지가 않아 추억으로 남기고 지나가기로 했다.
캠프장에서 17번 도로를 타고 계속 서쪽으로 간다. 지도 상으로는 차 왼쪽으로 휴론호수가 보일 거 같지만 내륙 쪽으로 도로가 있는 구간이 많아 잘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휴론과 연결된 크고 작은 강과 호수와 작은 마을들이 이어지는 다양한 풍경에 지루할 틈이 없다.
니피싱 호수를 출발하여 서더버리를 거쳐 약 320킬로 온 지점에 데살론 Thessalon이라는 마을이 있다. 지도로 본 이 마을은 그 모양새로 보아 꼭 한번 들러보고 싶었기에 마을로 들어섰다.
안내판에는 이곳 데살론 등대 (Thessalon Lighthouse)에 대한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1898년 건립되어 건물 지붕 꼭대기의 랜턴이 약 16킬로 전방까지 비출 수 있었다고 하는데 1961년에 폐쇄되기까지 2대에 걸쳐 등대지기를 한 Harvey 가족과 이후의 관리자들 이름이 열거되고, 특히 남편 사망 후 약 40년간 등대의 일을 이어간 하비 부인을 기려, 많은 배들을 구한 "the brave little lady of light"로 소개하고 있다. 작은 사진에 강아지와 함께한 부인의 사진도 보인다.
오늘의 숙소로 우리가 찾아든 곳은 슈페리어 호수를 감싸고 도는 지역 Wawa라는 곳에 있는 캠프그라운드다.
몇 주 전 동부로 갈 때 이곳을 지나며 특별히 올드우먼 베이의 아찔한 벼랑과 밀려오던 파도소리의 감동이 아직 남아있는 바로 그 지역이다. 와와 (Wawa)라는 이름은 찾아보니 캐나다 구스 (거위)를 일컫는 원주민 말이라고 한다. 가가 하지않고 와와~~ 다정한 부름에 이끌리어 와본 곳이다~ㅎ
숲속 캠프 그라운드는 아주 쌀쌀했다. 둘이 플리스 자켓을 꺼내입고 사진을 찍었다. 아주 잘 맞고 따뜻하다.
~~약식과 플리스자켓~~
진통으로 병원에 갔다는 전화를 받고 새벽녘에 아들네에 도착하고보니 방에 두 개의 플리스 자켓이 든 쇼핑백과 며느리의 편지가 있었다. 부엌에는 병원가기 직전에 만든 듯 약간 설익기도 하고 아직도 온기가 있는 약식 한판과 메모도 있었다. 냉장고에 있는 식혜와 함께 드세요~~
다 먹지 못하여 싸온 약식은 길 위의 우리에게 요긴한 양식이 되었고 이 날 이후 남편도 나도 다른 옷 제쳐두고 쭈욱 이 플리스자켓을 입고 먹고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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