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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캐나다 횡단 2021년 9월

횡단 D30: 니피싱에서 와와까지

by 밴쿠버제니 2021. 12. 17.

모두가 잠든 이른 아침 우리는 출발 준비를 마쳤다. 지난 오후 체크인할 때 빌렸던 어댑터 (30amp를 15amp로 내려주는) 미리 약속한대로 오피스 문 사이에 잘 넣어두고 니피싱 레이크를 떠났다.

먼 길을 갈 때는 일찍 출발하는 것이 최선이다. 출발하고 보니 오전 7시다. 남편이 트레일러를 끌고 다닐 때 두 번 동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새벽 2시에 출발한 기억도 있으니 7시 정도는 뭐 이른 출발이라고 할 수도 없겠다. 인적 없는 도로와 이슬을 머금은 길가 나무와 푸르스름하고 차갑게 다가오는 공기가 우리를 감싸는 이 느낌. 살아있는 느낌이 드는 아침이었다.

주유소마다 다른 법인데 온타리오 기름값은 오는 길 내내 같았다.
PFK가 아니라 다시 KFC
이제 서더버리 Sudbury를 통과하는 참이다. 제법 큰 도시니 경찰서 건물도 크다.
RCMP 건물 옆으로 공원이 이어지는데 텐트촌이 보인다. 여기도 홈리스가 있구나. 이곳 겨울은 정말 추울텐데~~

니피싱 레이크에 있는 캠프그라운드를 출발한 오늘의 1차 목적지는 수 생뜨 마리 (Sault Ste. Marie)다. 17번 하이웨이를 타고 약 400킬로 서쪽으로 가는 거리다. 그리고는 수에서 북쪽으로 올라가야한다. 썬더베이를 향해 갈 수 있는 데 까지 가다가 오늘 밤을 지낼 예정인데 한 군데 별표를 찍고 가는 중이다 (아래 지도).

지난 기록을 보니 이 길은 18일 전에 통과했고 이때는 수에 있는 Bell's Point Campground에서 지냈었다. 두 개의 강이 흐르는 공원 같은, 내가 돈이 있다면 정말 사고 싶을 만큼 맘에 들었던 캠프장이어서 다시 가보고 싶기도 했지만 하루 400킬로 정도에 차를 세울 거 같지가 않아 추억으로 남기고 지나가기로 했다.

캠프장에서 17번 도로를 타고 계속 서쪽으로 간다. 지도 상으로는 차 왼쪽으로 휴론호수가 보일 거 같지만 내륙 쪽으로 도로가 있는 구간이 많아 잘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휴론과 연결된 크고 작은 강과 호수와 작은 마을들이 이어지는 다양한 풍경에 지루할 틈이 없다.

마을 공원 마다 이런 파빌리온이 많이 보인다. 주민들을 위해 다목적으로 활용될 거 같다.
도로 표시판에 수 까지의 거리가 85킬로 남은 걸로 나오는 이곳은 데살론

니피싱 호수를 출발하여 서더버리를 거쳐 약 320킬로 온 지점에 데살론 Thessalon이라는 마을이 있다. 지도로 본 이 마을은 그 모양새로 보아 꼭 한번 들러보고 싶었기에 마을로 들어섰다.

저 꼭지점 끝까지 가보리라~~
이 도시의 이름은 그리스의 데살로니카 (Thessaloniki)와 무슨 관계가 있으려나 싶었는데 찾아보니 "point of land"라는 뜻의 원주민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가에 멋진 단풍나무
넓지 않은 강을 따라 집이 늘어서있고 다리도 있다.
휴론호수가 본격적으로 보인다
호수 쪽으로 뾰죽하게 나온 부분 입구에 공원 Peace Park이 있다.
공원을 지나 도로 끝까지 차로 가본다.

안내판에는 이곳 데살론 등대 (Thessalon Lighthouse)에 대한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1898년 건립되어 건물 지붕 꼭대기의 랜턴이 약 16킬로 전방까지 비출 수 있었다고 하는데 1961년에 폐쇄되기까지 2대에 걸쳐 등대지기를 한 Harvey 가족과 이후의 관리자들 이름이 열거되고, 특히 남편 사망 후 약 40년간 등대의 일을 이어간 하비 부인을 기려, 많은 배들을 구한 "the brave little lady of light"로 소개하고 있다. 작은 사진에 강아지와 함께한 부인의 사진도 보인다.

건물 앞에 Belvedere des Paix 평화의 전망대라고 붙어있었는데 왠지 사유지 같은 느낌이라 들어가보지 않았다
대신 바로 옆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 물가로 내려가 보았다
한 눈에 들어오는 휴론 호수
사실은 이 물이 그 물 같고 그 물이 이 물 같다
등대에서 길을 따라 나오는데 호숫가로 집들이 꽤 크다. 집 뒤로 호수가 한 눈에 들어올 거다.
떼어낸 문짝을 활용한 집앞 장식이 멋지다. Be thankful이라고 쓰여져 있다. 백퍼 동의합니다!!
등대로 가기 전에 있던 공원에 자리를 잡았다. 제법 쌀쌀한데다 바람도 불고... 사람 그림자도 없이 적막하다
데살론 평화공원에서 먹은 라면 한끼도 잊을 수가 없다
드디어 수 생뜨 마리를 지나간다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슈페리어 호수 쪽으로 가는 길이다. 내륙으로 한참 가는데 위도가 높아져서 그런지 단풍이 짙고 화려하다
조심 Moose crossing
팬케잌 베이는 어느 마을 아이스크림 가게 아주머니가 알려주신 곳이다.
너무 멋진 곳이라고 꼭 들리라 한 말을 기억하고 들어섰는데 슈페리어 호숫가 큰 공원 겸 캠프그라운드.
Pancake Bay Provincial Park 온타리오 주립공원 중에 하나다. 캠핑 사이트가 숲 속에 하나씩 들어있어 공원 길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길을 따라 도는 데도 한참 걸렸다. 그 길이 너무 멋진 숲길이라 천천히 한바퀴 돌았다.
여기서 하룻밤 쉬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남편 기준)
결국 150킬로를 더 달려가서 우리가 애초에 예상했던 위치의 캠프그라운드 까지 왔다.

오늘의 숙소로 우리가 찾아든 곳은 슈페리어 호수를 감싸고 도는 지역 Wawa라는 곳에 있는 캠프그라운드다.
몇 주 전 동부로 갈 때 이곳을 지나며 특별히 올드우먼 베이의 아찔한 벼랑과 밀려오던 파도소리의 감동이 아직 남아있는 바로 그 지역이다. 와와 (Wawa)라는 이름은 찾아보니 캐나다 구스 (거위)를 일컫는 원주민 말이라고 한다. 가가 하지않고 와와~~ 다정한 부름에 이끌리어 와본 곳이다~ㅎ

Wawa RV Resort and Campground
오피스 내부~ 허술한 외부에 비해 나무향 물씬 나는 내부가 따뜻했다. 배 모양의 크고 작은 장식장은 분명 주인장 솜씨일 듯
체크인을 하고 캠프장 지도를 받아든다. 비수기로 접어들어 그런지 늘 우리에게 자리 선택권을 주었다.
파란 창고 같은 건물 속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어서 3-4번 오가며 밀린 빨래를 했다. 수영장 옆이라 보기에 허술해 보이나 속에는 그런대로 깨끗했고 무엇보다 이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캠프장도 스산하니 집으로 돌아갈 계절임에 틀림이 없는 듯.

숲속 캠프 그라운드는 아주 쌀쌀했다. 둘이 플리스 자켓을 꺼내입고 사진을 찍었다. 아주 잘 맞고 따뜻하다.


~~약식과 플리스자켓~~
진통으로 병원에 갔다는 전화를 받고 새벽녘에 아들네에 도착하고보니 방에 두 개의 플리스 자켓이 든 쇼핑백과 며느리의 편지가 있었다. 부엌에는 병원가기 직전에 만든 듯 약간 설익기도 하고 아직도 온기가 있는 약식 한판과 메모도 있었다. 냉장고에 있는 식혜와 함께 드세요~~
다 먹지 못하여 싸온 약식은 길 위의 우리에게 요긴한 양식이 되었고 이 날 이후 남편도 나도 다른 옷 제쳐두고 쭈욱 이 플리스자켓을 입고 먹고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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