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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캐나다 횡단 2021년 9월

횡단 D34 : 캘거리에서 밴프

by 밴쿠버제니 2021. 12. 23.

팔백 킬로를 달려와 밤을 보낸 마운틴 뷰 캠프그라운드에서 마운틴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 조금 더가면 록키마운틴 속으로 들어갈 참이니 여기서 마운틴이 보이든 말든 전혀 상관은 없지만 어째서 주인장이 그런 이름을 붙였을지 궁금해졌다. 설마 저 멀리 보이는 캘거리 다운타운 빌딩을 마운틴으로 착각한 것일까 아니면 평원에서 마운틴을 그리워하다보니 마음의 눈에 보였던 걸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일어난 아침이다.

기온은 섭씨 영도.  새벽 공기는 아주 차가왔다.  남편은 밴프나 레이크 루이스에서 하루이틀 더 머물다 가자고 하는데, 이렇게 차가운 아침을 맞고보니 추위에 다니는 것이 귀찮다는 생각이 든다.  떠남에 설레이고 돌아다님을 좋아하던 나였는데 집 떠나 한달 이상 다니다보니 약간 진이 빠지는 느낌이랄까.  이제 진짜 돌아갈 때가 된 것 같다.

화장실이 가까웠는데 추워서 차로 이동해서 왔다
이른 아침. 주차한 차들은 미동도 않고
의례히 그랬듯이 우리가 일등으로 캠프장을 빠져나왔다
홈페이지에 나와있던 미니 골프장이 실제 있다는 걸 출입구 빠져나오면서 알았다

이제 캘거리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여전히 차의 앞 유리창은 지저분하다.

한국차가 보이면 늘 반가워서~~ 소울이 참 많다.
캘거리 언덕 위의 집들. 그리고 좀더 가면 스키점프대가 있는데 벌써 보이기 시작한다. 오른쪽 끝
1988년 열린 동계올림픽 때 만들어진 스키 점프대

1988년 동계 올림픽이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리던 해 여름에는 한국에서 하계 올림픽이 있었다.  당시 NBC가 올림픽 미국 공식 방송사로 지정되어 남산에 있던 힐튼호텔을 통째로 빌려서 중계업무를 하던 시절에 나는 GE (General Electric)의 한국 지사에 근무하고 있었다.  NBC가 GE의 자회사였던지라 (지금은 바뀌었을지도..) 그때 GE의 사장으로 neutron bomb이란 별명이 붙었던 잭 웰치 (Jack Welch)를 비롯한 사장단이 내한하여 올림픽을 참관하던 때에 힐튼 호텔에 마련한 사무실로 신참인 나를 비롯하여 2명이 차출되어 나가서 두어달 근무한 때가 생각난다.  

가까이서 본 잭 웰치 사장의 이글거리던 파란 눈을 잊을 수가 없다.  그의 수행비서로 따라온 젊은 남자직원이 가방에서 주사기를 꺼내 스스로 당뇨 주사를 맞던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는 잭이 언제 어떤 경기로 가자고 할지 모른다며 아침마다 당일의 일등석 경기표를 한묶음씩 들고 다녔다.  바로 쓰레기가 될 일등석 표들~ㅎ 그때는 표가 바로 옆에 있었지만 경기장에 갈 시간이 없어 못갔다. 나중에 겨우 시간을 내 육상 결승이 있던 올림픽경기장에 들렀었다.  바로 내 눈 앞에서 뛸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 모습은 멋지고 굉장했었다.  그때 백미터 파이널에서 금메달이 벤 존슨이었나 칼 루이스였던가.

알고보니, 캐나다의 벤 존슨이 9.79초 세계기록을 세웠으나 약물소동으로 결국 금메달은 칼 루이스에게로 갔다고 한다.  아무튼 대단한 한 해였다.  1988 올림픽이 나오니 사설이 길어졌다.  내 기억에서도 빠져나오고 캘거리에서도 빠져나가도록 하자~~

아침으로 Sourdough bread 한조각을 뜯어먹는데 그 맛이 오묘하다
저어기 산이 보이는데... 최소 이 정도는 돼야 마운틴 뷰라 이름 붙일 수 있지 않을까나. 캠프장 주인 마음에는 이 산이 보였을 수도 있겠다.
왼쪽 광고판에는 Hear it before you see it 이라고 적혀있다.  청력 클리닉 선전판인데 록키와 딱 어울리는 광고 문구인 거 같다.
군데 군데 도로 보수 중~
산에 점점 다가간다
역시 록키에서는 엘크가 대세~
멀리 흐미하게 보이던 산이 점점 가까워온다
그런데 연기~ 산불이 아직도 타고 있는가
그건 공장에서 나오는 연기였다. 시멘트 공장 Lafarge Exshaw Cement Plant
이런 곳에 이런 공장들이 있다는 것이 지나갈 때 마다 믿기 어렵다.
시멘트 공장과 고속도로 사이에는 멋진 레이크가 있고 차들이 세울 수 있는 공간도 제법 넓어서 록키로 올라가기전 한번 쉬어가는 포인트가 된다
이 레이크 이름은 Lac Des Arcs (Lake of the bows, 활들의 호수라고 해야할까) 밴프를 휘감고 도는 보 강 (Bow River) 줄기들이 합쳐진다고 그런 이름이 붙은 거 같다. 순전히 내 생각이다
좀 흐리게 보이지만 앞에 보이는 세 사람의 의상 조합이 범상치 않아 한장 찍어보았다.
호수를 지나고 캔모어를 지나 얼마 가지 않으면 국립공원 패스를 검사하는 게이트가 나온다. 패스를 사야되면 왼쪽으로, 우리 같이 연회원 패스를 유리창에 붙이고 있는 경우 오른쪽 도로로 바로 통과할 수 있다.
여기를 지나면 곧 밴프가 나온다는 뜻이다
밴프가 가까워 오는데 이 산은 뭐였더라~
지난번 올때 그렇게 읊어대던 산 이름은 내 기억에서 사라지고 오직 런덜과 캐스케이드만 남아있다. 그래 런덜이라고 하자~

이제 밴프 시내로 들어선다. 

지난번에는 주차로 길을 많이 헤매었는데 이번에는 시즌이 끝나갈 무렵인지 거리도 한산하고 주차도 여유가 있다.  알고보니 기차역 근방에 넓은 무료주차장도 있었다.  담에는 여기다 주차하고 동네한바퀴 해야겠다.

사실 밴프에 도착하고보니 록키에서 더 지낼까하는 마음이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밤 기온이 영하 3도로 내려간다는 예보에 다시 마음을 접는다.  대신 지난번 우리가 놓쳤던 곳으로 잠시 시간을 내 드라이브 하기로 했다.

밴프 시내를 지나 보 강 폭포 (Bow Falls)에 들린 후 페어몬트 호텔을 더 잘 볼 수 있는 전망대 Surprise Corner Viewpoint에 올랐다. 

확연히 가을이다
Bow River 주차장에 도착하고보니 저어기 밴쿠버에서 온 한국여행사 버스가 돌아나가고 있다.
Bow Falls도 그대로고
구비구비 록키를 돌아가는 Bow River도 그대로다

지난번에는 Bow Falls 트레일을 걸어 올라가 페어몬트 호텔을 보았지만 이번에는 차를 돌려 폭포 맞은 편 언덕 위에 있는 Surprise Corner로 가본다.

샤토 페어몬트 아래로 보 강이 흐르는 것이 보인다
저기 노란 단풍나무 있는 곳이 Bow Falls 주차장이다

밴프나 레이크 루이스에서 더 머물까 말까로 고민하던 중 날씨도 추워지고 피곤한 생각에 접기로 했지만 어차피 레이크 루이스를 거쳐 골든으로 넘어가는 길이 공사로 막혀있슴을 뒤늦게 알게되었다.

아래 지도에서 도시 골든 (Golden)의 동쪽에 위치한 키킹 호스 계곡길에 대한 공사가 지금 3단계에 접어들어 10월에서 12월 까지 7주동안 길을 폐쇄한다는 뉴스였다.  KHCP 란 Kicking Horse Canyon Project.  그전부터 이 뉴스가 있었지만 건성으로 듣다가 이제사 우리의 일로 다가왔던 거다.  따라서 지름길 1번으로 넘어가지 못하니 레이크 루이스로 올라갈 이유도 없었고 93번을 따라 내려가는 쿠트니 쪽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올 겨울과 내년 봄에 걸쳐 제 4단계 공사를 한다고 하니 록키 가는 길에 대한 교통 통제 스케쥴을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참고: https://www.kickinghorsecanyon.ca/construction/traffic-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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