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향수목원은 강릉에 정착한지 열흘도 되지 않아 찾은 곳이다.
3월 23일 이사를 하고, 이사라기 보다는 서울에서 격리를 마친 후 한달 빌린 렌트카에 슈트케이스 4개를 싣고온 상황에서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게끔 만드는데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캐나다 집들은 기본 5대 가전이 포함되어있고 방 마다 드레스룸이나 붙박이 옷장이 있는데 한국의 아파트는, 물론 예상 했지만, 그야말로 아무 것도 없었다. 더하여, 한국에서 인터넷이 없고 내 이름 010 전화가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지 않은가~ 사람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마치 진공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거소증을 받자마자 서둘러 사용하던 선불폰을 대신할 휴대폰을 만들고 인터넷을 신청하자니 인터넷 강국 한국에서도 설치에는 며칠 걸리는지라 바닷가 까페에 아침부터 들어가 카페 와이파이를 이용하여 가전과 가구와 소소한 살림살이까지 주문도 하고 주변 갈 곳도 찾아보다가 강릉 시내에서 멀지 않은 이 수목원 이름을 발견하여 가 본 곳이다.
아직 바람이 차지만 교외로 차를 몰고 나가니 물오른 벚나무가 분홍 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작년에도 피었고 그 전 해에도 피었을 거고 올해도 어김없이 약속을 지키고 있는 나무를 바라보자니, 지난 며칠 마음을 채웠던 수많은 선택과 주문과 배송의 늪에서 후욱 빠져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산쪽 길을 따라오다 어느새 수목원의 반환지점이라 할 수 있는 전시온실 (식물원)에 도착했다. 식물원은 두 개의 돔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 기대 없이 들어간 식물원에 훅한 습기가 전해오는 가운데 나무와 꽃들이 만발하고 있었다. 수목원에 들어와 천천히 쉬며 걷다가 이 식물원에서 갑자기 폭풍 사진을 찍었다.
식물원 안의 피어있는 현란한 꽃들과 다르게, 바깥 세상의 시린 겨울 바람과 추위를 견딘 식물들이 햇살을 즐기는 모습이 얼마나 귀하던지~ 이른 봄 아직은 굳어있는 땅을 뚫고 나온 꽃들이 참 예쁘다.
p.s.
그리고 며칠 뒤 밴쿠버에서 오신 지인 부부를 모시고 다시 솔향수목원을 찾았다.
전체를 한바퀴 하고 사진을 찍어드리고 (인물 사진 위주라 싣지 않았다),
지난번 지나쳤던 쉼터에서 나란히 오래 앉아 있었다.
**************
'강릉 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릉바다_강문 (0) | 2022.08.06 |
---|---|
강릉 솔향수목원 - 7월 21일 (0) | 2022.07.28 |
강릉시립 미술관 (0) | 2022.07.20 |
대관령 박물관, 지나치기만 하던 (0) | 2022.07.18 |
강릉을 걷다1 : 초당-강문-경포해변 (0) | 2022.07.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