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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살이

강릉 솔향수목원 - 4월 2일

by 밴쿠버제니 2022. 7. 28.

솔향수목원은 강릉에 정착한지 열흘도 되지 않아 찾은 곳이다. 

3월 23일 이사를 하고, 이사라기 보다는 서울에서 격리를 마친 후 한달 빌린 렌트카에 슈트케이스 4개를 싣고온 상황에서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게끔 만드는데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캐나다 집들은 기본 5대 가전이 포함되어있고 방 마다 드레스룸이나 붙박이 옷장이 있는데 한국의 아파트는, 물론 예상 했지만, 그야말로 아무 것도 없었다.  더하여, 한국에서 인터넷이 없고 내 이름 010 전화가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지 않은가~ 사람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마치 진공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거소증을 받자마자 서둘러 사용하던 선불폰을 대신할 휴대폰을 만들고 인터넷을 신청하자니 인터넷 강국 한국에서도 설치에는 며칠 걸리는지라 바닷가 까페에 아침부터 들어가 카페 와이파이를 이용하여 가전과 가구와 소소한 살림살이까지 주문도 하고 주변 갈 곳도 찾아보다가 강릉 시내에서 멀지 않은 이 수목원 이름을 발견하여 가 본 곳이다.

 

아직 바람이 차지만 교외로 차를 몰고 나가니 물오른 벚나무가 분홍 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작년에도 피었고 그 전 해에도 피었을 거고 올해도 어김없이 약속을 지키고 있는 나무를 바라보자니, 지난 며칠 마음을 채웠던 수많은 선택과 주문과 배송의 늪에서 후욱 빠져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강릉시내에서는 못보던 꽃망울이 여기는 많이 맺혀있다
수목원 가는 길가에 있는 카페 겸 미술관인 듯 한데 건물 위와 뒷편에 조각작품이 얼핏 보였지만 패스~
수목원 들어가는 길가 무지개색을 보노라니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성소수자 깃발 같은) 그야 뭐 서양 문화에 노출된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고~
도착해보니 차가 가득한데 우편 언덕 위에 추가로 주차장이 있었다
차를 세우고 내려오는 길
안내초소 뒤로 넓은 솔밭에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조명시설까지 갖추고 있으니 여기서 도시락 먹으며 쉬면 분위기 있는 야외 피크닉이 되겠다
수목원 입구 양 갈래 길에서 출신 지역을 묻는 이유는? 아마 인원을 분산시키기 위한 유머리라~
지도를 보자면 입구를 들어와 양쪽 중 진행 방향을 선택해서 크게 한바퀴하면 된다. 아직은 강릉 소속감이 덜한 우리는 왼쪽 산쪽으로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이 안내판에 노란 굵은 선은 수목원 외곽으로 나름대로 등산을 할 수 있는 코스를 보여주고 있다. 다음 번에는 더 멀리 돌아보기로~
이때 까지만 해도 임도가 뭔지 몰랐었다. 임도 (林道): 임산물을 나르거나 삼림 의 관리를 위해 만든 도로를 뜻한다. 그 밖에 산불 발생시 산불 확산을 저지하는 방화선 역할도 한다

산쪽 길을 따라오다 어느새 수목원의 반환지점이라 할 수 있는 전시온실 (식물원)에 도착했다.  식물원은 두 개의 돔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  기대 없이 들어간 식물원에 훅한 습기가 전해오는 가운데 나무와 꽃들이 만발하고 있었다.  수목원에 들어와 천천히 쉬며 걷다가 이 식물원에서 갑자기 폭풍 사진을 찍었다.

두 돔을 연결하는 통로

식물원 안의 피어있는 현란한 꽃들과 다르게, 바깥 세상의 시린 겨울 바람과 추위를 견딘 식물들이 햇살을 즐기는 모습이 얼마나 귀하던지~ 이른 봄 아직은 굳어있는 땅을 뚫고 나온 꽃들이 참 예쁘다.


p.s.
그리고 며칠 뒤 밴쿠버에서 오신 지인 부부를 모시고 다시 솔향수목원을 찾았다. 
전체를 한바퀴 하고 사진을 찍어드리고 (인물 사진 위주라 싣지 않았다),

지난번 지나쳤던 쉼터에서 나란히 오래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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