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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캐나다

리틀 록키 한바퀴

by 밴쿠버제니 2021. 4. 5.

누가 이 코스를 리틀 록키라고 붙였는지 모른다.
지도에도 길거리 싸인에도 아무 곳에도 그 비슷한 이름조차 찾을 수 없지만 우리는 이 길을 리틀 록키라고 들었고 그렇게 불러왔다.

코로나가 전세계를 휩쓰는 뉴스를 매일 보며
오직 먹거리 사러 2주에 한번 마트나 코스코에 가는 거 빼고는 완전 칩거하기를 여러 달

한국 가는 비행기도 끊기고 주 경계에도 초소가 설치되어 넘을 수 없다는 소식에 
물리적인 고립감이 마음을 죄어오던 어느 날

우린 결심을 하고 길을 나섰다.

차에만 있으면 괜찮을 거니까

3끼를 해결할 수 있는 먹거리와 물을 챙기고
혹시 늦어져도 차에서 자면 되니까 따뜻한 겉옷도 챙기고
기름을 꽉 채운 후 길을 나섰다.

하루 종일 달리고 달려 크게 한 바퀴하고 집에 오니
외로운 건 우리만이 아니라는 생각에 들었다.

우리가 다녀온 길을 소개한다.

속칭 리틀록키 루트

 우리가 리틀 록키로 부르는 이 길의 전체 거리를 구글에서 따져보면 793km로 나오는데
이 거리는 밴쿠버에서 호프, 캠룹스, 레벨스톡을 거쳐 도착하는 록키의 밴프 (Banff)에 이르는 길보다 조금 짧은 정도다.

 

동쪽으로 향하는 1번 하이웨이에서 저 멀리 눈 덮힌 산이 보인다.  저렇게 거대하게 가까이 보이니 와싱톤주에 있는 베이커 산 (Mount Baker)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의 1차 목표는 호프까지.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 1번을 타고 동쪽으로 가면 된다.

호프 까지 가는 길에 주요 볼거리는 아보츠포드를 지나 컬터스 레이크 (Cultus Lake)도 있고

좀 더 가서 칠리왁을 지나 해리슨 핫스프링스 (Harrison Hot Springs)도 있고 신부의 베일을 닮았다는 브라이덜 폭포 (Bridal Veil Falls)도 있지만

아름다운 곳들이지만 이미 다녀갔었고, 가까우니 다시 올 수 있고 또 이 곳을 둘러보는 데만 해도 하루 종일 필요하니 오늘은 패스. 

갈 길이 멀다.  

호프에서 다시 기름을 보충해주고 우리는 북쪽으로 계속 1번 하이웨이를 간다.

호프에서 1번을 타지않고 우회전해서 5번 길로 들어서면 밴프 쪽 록키로 가는 길이다.
이 5번 길이 악명높은 코퀴할라 하이웨이 (Coquihalla Hwy).
이 길을 다녀본 경험에 의하면 길이 험하고 심지어 수평도 아닌 듯.  운전하면 좀 옆으로 기울어진 느낌이 들었다.
온갖 화물트럭들이 춤추며 다니고 지리적인 특성상 눈이 많이 와서 겨울에는 다니기에 아주 위험한 길이다.
그러나 옛길인 1번 하이웨이에 비해 록키로 가는 지름길인지라 알버타 쪽으로 향하는 투어버스와 트럭들과 일반 차량들 이용이 많다.

 

Coquihalla highway

 

호프에서 1번 하이웨이를 타고 70킬로쯤 북쪽으로 Boston Bar 까지 올라가면 관광포인트 중 하나인 Hells Gate가 나온다. 
이곳은 BC주를 흐르는 긴 강 Fraser River가 프레이져 협곡 사이로 갑자기 좁아드는 지점으로 강 폭이 약 35 미터 (115 피트)정도라고 한다.

참고로 프레이저 강은 록키산맥에서 시작해서 밴쿠버 앞 바다로 흐르는 1375 킬로미터의 강으로 BC주에서 가장 긴 강이다.

 

Fraser River

 

Hells Gate라는 명칭은 초기 탐험가 Simon Fraser가 1808년에 이곳에 대해 기록하기를 
"a place where no human should venture, for surely these are the gates of Hell."
즉, 이 통로는 사람이 탐험해볼 장소가 아니라 확실히 지옥의 문들 같다고 묘사한데서 유래했다.
이곳은 원래 원주민들이 모여 낚시를 즐기던 곳이었다고 하는데 프레이저 강의 연어 회귀 문제와 관련해 이곳에 대해 역사적으로 많은 논쟁이 있어왔다.

 

프레이져 협곡 사이로 흐르는 프레이져 강이다.  By Jonathan Rodgers - Own work, CC BY-SA 3.0
Hells Gate를 가까이 본 사진이다.  By Mr D. Harvey - Own work, CC BY-SA 3.0, 

 

현재 Hells Gate에는 계곡 사이를 왕복할 수 있는 케이블카 Airtram이 설치되어 있고 트램 왕복, 박물관/교육관 입장, 서스펜션브리지, 전망대에 들어가는 입장료가 합해서 성인 기준 (19세~64세) C$30.99 이라 나와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물론 closed!!
웹페이지에는 2021년 4월말에 오픈예정이라고 나와있다.
www.hellsgateairtram.com/index.php

 

문이 굳게 닫힌 Hell's Gate Airtram
밑으로 Fraser River.  좁아져서 물살이 쎈 stream이 보인다.  에어트램이 가끔 오가는 거 보면 보수유지용인 듯 하다.
유유히 흐르는 프레이저 강.  저 강을 따라가면 록키산에 다다르리라.

 

이 곳 주변 지역 이름이 보스턴바 (Boston Bar)라고 하는데 이곳은 밴쿠버 사는 사람들에게는 자연 송이버섯으로 유명하다. 
30년 이상된 소나무 아래 숨어있어
보통 사람 눈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는 자연송이.

일년에 한 차례 가을이면 은은한 향의 귀한 자연송이 찾아 헤매는 지역이 바로 이곳이다.

일행과 떨어져 혼자 송이를 찾아헤매다가 길을 잃거나
곰 같은 야생동물을 만날 경우도 있으므로 단단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한번도 따라가 보진 못했다.  잘 따지 못하는 경우 인근 원주민에게서 사오기도 한다고 한다.

 

Grade #1 pine mushrooms (SCOTT MORAN / iNFOnews.ca)

 

보스턴 바를 지나서 릴루엣 까지는 굉장히 한적한 길이 이어진다.
고속도로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국도를 따라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면 간간히 만나는 원주민 마을이 전부다.

 

프레이저 강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간다.

집에서 출발하여 약 300킬로 지점인 릴루엣 (Lillooet) 에 들어선다.   
낮은 건물들과 작은 주택들이 늘어선 작은 마을 릴루엣의 다운타운을 한바퀴한다.

보통 때 같으면 낯선 마을 낯선 식당에 한번 들러보겠지만 아서라~ 이런 팬데믹 상황에서는 차를 나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준비해온 삼각김밥과 샌드위치와 과일로 차 안에서 식사를 하며 앞을 보니 Food Bank 건물이 저만치 있고 낡은 마트 카트를 끌고 건물로 들어서는 원주민 여인이 보였다.

 

Main Street in Downtown Lillooet
Horses are a Frequent Sight in Lillooet    https://www.travel-british-columbia.com/
https://visitlillooet.ca/maps

 

릴루엣은 위 지도에서 보듯이 인구가 2324명으로 원주민이 대다수인 작은 마을이다. 
역사적으로 릴루엣은 1860년대 당시의 BC주의 골드러쉬 영향으로 시카고 서쪽 지역에서 샌프란시스코 다음으로 큰 도시였다고 전해진다.   
프레이져 강과 협곡을 따라 형성된 근방 릴루엣 지역에는 이런 역사적인 흔적 뿐 아니라 아름다운 경관의 트레일 코스와 캠핑사이트, 호수, 골프장, 와이너리가 있어 한적하고 멋진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잘 모르고 들어선 이 마을에 담긴 이야기를 일일이 찾아보고 싶지만 모든 곳은 닫혀있고 길에는 인적도 거의 없다.

아래는 릴루엣의 Museum and Visitor Centre 건물 사진이다.
앞마당에 원주민 토템폴과 옥돌들 Jade slab이 전시되어 있다.

 

By User: (WT-shared) Shaund at wts wikivoyage, CC BY-SA 3.0, 

 

아래 사진들은 릴루엣의 풍부한 과거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이다.
비씨주의 관광안내 웹사이트에서 가져왔다.

britishcolumbia.com/plan-your-trip/regions-and-towns/cariboo-chilcotin-coast/lillooet/
이 사진 자료 뒤에 숨어있을 이야기가 궁금해지지만 그건 또 기회가 있으리라 보고 우선 눈으로 감상해보자.

 

Miyazaki Heritage House, Lillooet, Gold Country, Cariboo, British Columbia
Lillooet, Fraser River, Gold Country, Cariboo, British Columbia
Mile Zero Cairn, Lillooet
Fraser River in Lillooet in Gold Country, Cariboo, British Columbia
Bridge of 23 Camels over the Fraser River, Lillooet, Gold Country, Cariboo, British Columbia
Hangman's Tree in Lillooet on the Fraser River, Gold Country, Cariboo, British Columbia
St. Andrew's United and St. Mary's Anglican Church, Lillooet
The Old Bridge across the Fraser River in Lillooet
Lillooet, Fraser River, Gold Country, Cariboo, British Columbia

 

릴루엣을 떠나 프레이져 강 위에 걸쳐있는 다리를 건너면 이제 99번 도로로 들어선다.
이 99번은 바로 밴쿠버의 호슈베이에서 휘슬러로 올라가는 길.
따라서 이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면 이제 집으로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릴루엣에서 멀지 않은 거대한 호수 Seton Lake에서 내려오는 강줄기가 프레이져 강과 합쳐지는 모습을 뒤로 하고 이제는 좀 달라진 풍경 속으로 들어선다.
릴루엣으로 올라갈 때 보다 훨씬 나무가 많고 산이 높다.  여름 날씨 높은 산 꼭대기에 눈이 많이 남아 있다.

 

 

아래 사진들은 릴루엣에서 휘슬러로 가기 까지 몇 개의 거대한 호수를 지나면서 만난 길 가 풍경이다.  

(Seton Lake, Duffey Lake, Lillooet Lake)

호수가 가까이 있어서인지  계속해서 길가로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너무도 맑은 물이 끊임없이 길을 따라 내려왔다.

 

호수가 크고 아름다워 들어간 이 호수는 Duffey Lake인 걸로 기억한다.  지도상으로도 봐도 틀림이 없다.  멀리 보이는 산은 Mt. Rohr

 

아래는 Pamberton에 있는 Big Sky 골프장 입구이다.  입구에서 멋진 눈 산이 보여서 얼른 들어가 보았다.
뒤에 보이는 산은 Mt. Currie 

이제 휘슬러 까지는 약 30분 거리이다

 

Big Sky Golf Course 들어가는 입구.  
Stawamus Chief 바위산

 

휘슬러를 통과하고 지금 지나는 곳은 스콰미쉬.  

록클라이밍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치프 바위산이다.  이곳을 지나니 집에 다 온 거 같다.
이제 Sea to Sky 하이웨이 오른편으로 멋진 바다와 섬들을 구경하며 남쪽으로 달리면 밴쿠버에 들어서니까.

거의 8백 킬로에 달하는 거리를 구경하며 돌아 왔는데도 긴 밴쿠버 여름은 아직 낮이다.
좀 늦긴 했지만 저녁은 집에서 해결했다.

단 하루동안의 나들이였는데 멀리 아득한 꿈 속 길로 다녀온 거 같다.
길가에 있던 원주민 마을과 원주민 얼굴들을 내가 진짜로 본건지 아닌지 혼미해지는 가운데
길을 따라 흐르던 맑은 개울물 소리
내 귀에 청량하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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