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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샌드파이퍼에 관한 명상

by 밴쿠버제니 2021. 4. 24.

"도요새에 관한 명상"이라는 책이 있었다.  찾아보니 1970년대의 동진강 하구를 배경으로 분단상황과 환경문제를 제기한 김원일 작가의 중편소설로 1979년 발간되었다고 나와있다.  젊은 날 혼돈과 격변의 시기를 지내며 문학의 언저리에서 서성거렸건만 이 책 내용에 대한 기억은 지금 없고 다만 그 제목만 강렬하게 내 기억에 남아있다. 

어느 날 밴쿠버에 제법 멀리 떨어진 해리슨 핫스프링스와 근처 연어양식장에 다녀오는 길에 잠시 들러본 골프장 이름을 보며 이 책 생각이 났다.  그 이름은 샌드파이퍼 골프장이다.  당시 Sandpiper는 도요새라고 생각하며 이 책 제목을 떠올렸었다.  왜 그 이름을 샌드파이퍼라고 지었는지 모른채 몇 번 그 골프장에서 골프를 칠 기회가 있었다.  집에서 많이 멀고 그린피도 비싼 편이었지만 그 경관이 너무도 아름다워 한국에서 손님이 오시면 일부러 구경삼아 모시고 가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도요새라고 말하는 새의 영어이름은 스나이프 (snipe)라고 나온다.  우리가 저격수로 알고있는 스나이퍼 (sniper)는 바로 이 도요새에서 나왔다고 한다.  빠르고 비행패턴이 불규칙해서 여간해서는 사냥하기 어려운 도요새를 잡을 정도로 사격실력이 뛰어난 전문 저격수가 바로 스나이퍼인 거다.  그렇다면 샌드파이퍼는?  알고보니 snipe를 포함해서 무려 80여종 (species)이 샌드파이퍼 과 (family)에 속한다고 하니 샌드파이퍼 역시 우리 말로 단순히 도요새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덕분에 생물 공부한다.  역-계-문-강-목-과-속-종.  영어로 하자면 domain-kingdom-Phylum (식물은 division)-class-order-family-genus-species 순서다.  분류를 떠나서 한글로는 도요라는 이름들을 달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animals.net/sandpiper/

A pair of long-legged birds walking along the waters' edge
Marsh Sandpipers browsing the shallow waters
A flock of Sandpipers standing in the wate

위 사진들을 가져온 animals network 사이트에 가보면 수많은 동물들 인덱스 및 세계 주요 공원과 동물원에 대한 자료가 있다.  무엇보다 로열티 프리의 좋은 동물 사진들이 많아 신비한 동물의 세계에 대해 쉽게 알 수 있게 해준다.  아래에 기술되었듯이 특히 아이들이 자연과 동물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환경 보호와 보전에 대한 인식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내가 보기에는 자원봉사자들로) 꾸려진 팀 같다.  

Animals.NET aim to promote interest in nature and animals among children, as well as raise their awareness in conservation and environmental protection. All photos used are royalty-free, and credits are included in the Alt tag of each image.
**********************************

 

아무튼 샌드파이퍼는 물가나 습지에 서식하는 작은 새다.  그래서  프레이저 강에서 분리해 나온 해리슨 강 (Harrison River) 강가에서 샌드파이퍼의 좋은 서식지가 되고 있기에 골프장 이름이 붙여진 거 아닐까 싶다.  골프장 가면서 새에 대한 생각이 너무 길어졌다.  골프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치는 건데 말이다.  그러나 골프장 이름 하나 덕분에 우리가 흔히 보고도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새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골프장의 풍광을 소개한다.  대부분은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 여름 끝나가는 어느날이다.

주소:  14282 Morris Valley Rd, Harrison Mills, BC V0M 1L0
웹사이트:  sandpipergc.com/

샌드파이퍼 골프장 들어가는 입구다.
길을 따라 쭈욱 내려가면 우편에 체크인 건물이 있고 멀리 해리슨강이 보인다.
1번 홀.  키 큰 나무 사이로 넓은 페어웨이가 보인다.  
우린 전동 골프카트를 빌린 적이 거의 없다.  언제나 풀카트를 밀고 다니는 뚜벅이.  18홀 돌고나면 만삼사천보 나오니 그걸로 대만족이다.
코스들 사이로 이런 하천도 있다.  깊은 산속 시냇물 같다.
공기는 맑고 햇볕은 따사롭고 나무는 하늘 모르게 뻗어 있어 길게 그늘을 드리운다.
코스 사이에 서있는 나무들 위로 햇살이 부어내린다.  
넓고 똑바른 내리막 코스.  저멀리 강만 보고 치면 되는데 그게 맘대로 되야지~  본의 아니게 나무를 때릴 때가 많다.  미안하구나 나무야~
친한 사람들과 있어도 티샷은 늘 불안하고 불편한데 수많은 갤러리와 카메라 앞에서 선 선수들의 심정은 어떨까 항상 궁금하다.
그래도 show must go on~ 이제는 내 공 찾으러 사방 흩어지니 좀 안심이다.
아고고 쨍그랑 소리 듣기 힘들다
한쪽에는 강이 흐르고
강 맞은편으로는 클럽하우스와 레스토랑.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캐빈과 코티지 숙소들도 있을 거나 가보진 못햇다.
우편에 보이는 건물이 Rowenas Inn.

아래 사진들은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다.  sandpiperresort.ca/media-image-gallery/

Rowenas Inn and dining room
Rowenas Inn Tea Room
Club House Restaurant
밴쿠버 대부분의 골프장에서는 결혼식 이벤트가 많이 열린다.
숲속의 cabin
eagles at Sandpiper

너무 작고 흔해서 주의를 끌지 못하는 샌드파이퍼들로부터 해리슨강으로 먹이를 찾으러 날아드는 흰머리독수리도 관찰할 수 있는 곳.  다소 외진 강가라 골프치는 사람도 적어 텅 빈 느낌이 드는 넓은 잔디 위로 적막한 고요가 감도는 가운데 귀를 기울이면 수많은 살아있는 것들의 소리가 합창되어 울려퍼지는 곳.  그래서 몸과 마음이 함께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다소 surreal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현실로 빠져나오려면 기합이 필요하다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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