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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캐나다 골프장의 동물 식구들

by 밴쿠버제니 2021. 2. 22.

골프장을 한눈에 보면, 우거진 나무 사이로 길게 펼쳐진 잔디 코스가 보이지만, 골프를 치다보면 키 큰 나무 아래 풀섶과 곳곳에 숨어있는 크고작은 연못들과 모래벙커들이 무수히 눈에 들어온다.  그러다가 만나는 수많은 동물 식구들.  가장 숫자가 많은 종류는 역시 캐나다 거위들 (Canadian geese)이다.

처음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지만, 골프공이나 사람이 다가와도 피하지도 않는데다 그 많은 푸르딩딩한 배설물을 남기며 몰려다니는 통에 골프장에서는 완전 성가신 존재들이다.  밀고 다니는 카트 바퀴와 골프화 밑에 온통 묻혀져서 라운딩을 마치고 베큠을 아주 꼼꼼히 해야한다.  게다가 이 배설물 섞인 축축한 바닥에 있는 공을 뒤땅 쳐서 온통 얼굴에 스플래쉬~될 때는 이들을 잡아다가 그 비싼 캐나다구스 집에서 만들어 입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지난해 어느 순간 부터 골프장에서 이 거위 떼가 안보였다.  어디로 갔을 까 의아해 하던 중 인터넷 서치를 해보니 이들이 골프장 마다 골치거리였던지 많은 기사들이 있었고, 그중 미국골프협회 한 칼럼에 초록레이저를 이용해 값싸고 쉽게 이들을 쫒는 방법이 나와있었다.   아마 이 골프장에서도 적용해본 듯 한데 그 효과가 상당한 듯 하다.

In recent years, green lasers have been one of the most successful tools for deterring geese. These animals are startled by the bright green light emitted from the laser. A new product improves upon handheld versions by mounting the laser on a floating doughnut placed in the middle of a lake. The floating doughnut is stabilized in the water by a cable anchored to the lake bottom. The cost of the cable and anchor is typically less than $20.  

https://www.usga.org/content/usga/home-page/course-care


아무튼 요즘은 거위 떼가 많이 안보이니 조금은 섭섭하니 보고 싶기도 하다. 
대개는 골프장 넓은 페어웨이나 그린까지 차지하며 앉아있거나 걸어다니다가 떼를 지어 하늘로 날아오르며 꾸륵꾸륵 큰 소리로 서로 소통하던 그많던 구스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골프장을 누비고 다니는 캐나다거위 떼들
거위 패밀리.  어떤 동물이든 어린 것은 다 예쁘다


거위떼 다음으로 물가에는 오리떼들도 많아서 한 가족 종종 거리며 물로 뛰어들거나 물속에 연신 부리를 집어 넣고 있다.  공을 따라 코스를 걷다보면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떨어져 다니는 애들이 있다.   목이 아주 길거나 긴 다리를 뽐내며 유유자적 돌아다니거나 물 위에 그림 같이 서있는 새들.  조류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멀리 본 거라 틀릴 수도 있지만, 왜가리 종류인 Blue heron 인 듯하다.   블루헤론이기에 키가 많이 커 보이지만, 골프장 물가를 지나다보면 이와 비슷한 목이 긴 새들을 많이 본다.

이 둘은 pixabay에서 가져온 이미지로 확실한 blue heron들이다.

새 종류로 말하자면 밴쿠버에서 까마귀를 빼놓을 수가 없다.  이들은 레이븐 common raven인 듯하며 작은 까마귀 crow와는 좀 다르게 큰 편이다.  처음 캐나다 와서 놀란 거 중 하나는 공원에도 주택가에도 수없이 보이는 까마귀떼였다.  한국에서는 흉조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여기서는 그렇지는 않지만 집 앞뒤 마당 잔디를 파헤치는 통에 골치거리로 여겨진다. 

골프장에서 큰 나무 한 가득 까맣게 앉아 있다가 이들이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면 약간 위협적이기도 하다.   바로 곁에 가도 달아나지 않는 이 까마귀는 새까만 털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크기도 엄청 크며, 무엇보다 영리하다.   동료 까마귀가 죽으면 장례를 치른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지만, 골프장의 까마귀는 좀도둑 수준.  남편이 한입 베어먹고 골프백에 넣어둔 샌드위치를 공 하나 치는 사이 반쯤 열린 지퍼를 열고 까마귀가 훔쳐서 물고 가버린 적도 있다.   내 샌드위치 돌리도~~

사실 골프장에는 우리 눈에 띄는 이들 외에도 수많은 종류의 크고 작은 새들과 풀벌레들이 저마다의 소리를 내며 날아다닌다.  여름 한낮 아무도 없이 우리 뿐인 적막한 골프장을 천천히 걸어가다보면 하나 둘 시작해서 수만가지 지저귐이 귀를 파고드는 경험을 하곤 한다.

https://www.worldbirds.org/raven-vs-crow/


골프장 근처로 차를 달리다보면 아주 조심해서 지나야할 구간이 있다.  이 구간에서 양쪽 풀밭으로 야생 사슴들이 길가에서 목격되며 이들이 도로를 건너갈 경우를 대비해 특히 천천히 운전한다.  어느날 골프 코스 까지 진출한 두 마리.


그리고 심심치 않게 만나는 동물에 코요테가 있다.  Coyote (현지인들은 카요디라고 발음하더라 ㅎ)  
많지도 않고 딱 한 마리가 이 코스 저 코스로 어슬렁 거리다 쏜살같이 지나가는데 먹이를 못찾았는지 다소 불쌍한 몰골에 많이 외로워 보였다.

직접 사진을 찍지는 못했으나 이 모습이 가장 유사할 듯. (pixabay에서)


골프장에서 직접 만난 동물 중에서 가장 크고 가장 많이 만난 종류는 곰이다.  물론 그리즐리 grizzly bear는 아니고 흑곰 black bear.

캐나다에서는 동네 근처 트레일에서도 곰을 자주 볼 수 있고 주택 뒷마당에 까지 출현하는지라 곰이 생소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자주 가는 골든이글 골프장은 산에 접해 있는데다 반대편으로는 드넓은 블루베리 밭이 펼쳐져 있는 입지로 해서 여름 내내 블루베리 따먹으러 골프장을 가로지르는 곰들을 많이 만난다.


특히 이른 봄에 인적 드문 코스를 돌다보면 동면을 끝낸 배고픈 곰들이 슬금슬금 숲에서 걸어나올 듯 해서 많이 경계가 된다.  곰을 만나면 등을 보이지 말고 우산을 크게 펼치거나 긴 골프채를 양손에 잡고 내 형체가 크게 보이도록 하며 뒤로 천천히 물러나라는 말을 듣는다.  우리는 골프가방에 bear whistle (일종의 호루라기)를 매달고 또 골프카트 우산꽂이에 큰 골프우산을 펼치고 다닌다.  sun proof가 아니라 bear proof인 셈.  그걸로도 크게 안심이 된다.

멀리서 뿔소리가 들리면 그날은 곰이 누비고 다닌다는 거고, 직원들이 전동카트를 타고와서 다음 홀에 곰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하루는 내가 티샷을 마치고 보니 나를 바라보던 남편 등 뒤로 곰이 걸어가고 있었다.  어어~ 하는 새에 곰은 지나가버렸지만 너무 가까워서 잠시 진땀나는 순간이었다.  곰을 마주친 후 직원에게 곰이 있더라고 하니, 인형같이 예쁜 금발 여직원이 이 골프장에 있는 곰들이 얼마나 friendly한지 한참 설명해 주었다~ㅎ

곰 두 마리가 여유있게 뒹굴고 놀고 있다.   실컷 블루베리를 따먹고 배가 불렀는지 나가질 않아 한참 기다림.
3번 홀 들어서는 길에 티박스 위를 지나 걸어가는 곰


아래에 영상으로 찍은 골프장에서의 곰들을 묶어보았다. 
(여기서 그린 위에서 깃대로 장난 치는 장면을 직접 찍은 것은 아니고 이웃에게서 받은 것임). 


곰을 비롯하여 작은 벌레들까지 이들이 바라본 우리 인간은 그저 침입자일진대, 우리가 좀더 참고 기다리며 동물들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손님이고 이들이 진정한 골프장 식구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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