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클라스 원 (Class 1) 면허를 반납하고 돌아오던 날 우리는 강변을 산책했다.
면허장은 코로나 여파로 줄이 길었다. 줄을 건물 바깥으로 서는데 허허벌판 같은 철도기지 근방에 세워진 포트 코퀴틀람 ICBC 건물 바깥에는 그날 따라 바람이 거셌다. 창밖 햇살만 보고 반팔로 가려다가 입고간 윈드브레이커가 브레이킹 더 윈드해주는 거에 감사하며 한참을 기다린 듯 하다. 드디어 문 안쪽으로 이동하면서는 2미터 뒤 바깥 강풍 속에 줄 서있는 반팔 반바지 한여름 복장 남자에게 겉옷을 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운전이야 대부분 집에 있던 미니밴을 운전했지만 클라스원 면허로 70 피트 (21미터)에 이르는 세미트럭을 운전했던 경험에 대한 자부심이 클 터. 하지만 보통면허와 다르게 유효기간도 짧고 까다롭게 신체검사도 자주 해야했던 면허를 더이상은 필요없겠다고 결정하고 반납했으니 일말의 서운함이 있었을 거다.
아무튼 그렇게 남편은 십년 이상 가지고 있던 클라스 원 면허를 내려 놓았다. 면허장에서 멀지 않던 골프장을 가려던 계획을 강풍을 보며 돌아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프레이저 강변 시타텔 랜딩 (Citadel Landing) 산책로에 들렀다.
씨타델 랜딩은 위 안내판에서 보듯이 매리힐 바이패스 길 (7B도로) 근방에 Shaughnessy Street과 Argue Street 남쪽의 교차지점에서 시작하는 강변 산책길이다.
길가 곳곳에 있는 무료 주차코너에 차를 대고 잠시 걸어 보드웍 (boardwalk)쪽으로 나가본다. 남쪽으로 프레이저강 (Fraser River)강 저멀리 포트만 브리지 (Port Man Bridge)가 보인다. 이 포트만 브리지는 코퀴틀람에서 강 남쪽의 써리 지역을 이어주는 다리로 원래 1964년에 개통되었고 2012년에 새로 건설된 약 2킬로미터에 이르는 10차선 다리다.
프레이저 강 위로 통나무들이 곳곳에 떠있다. 가끔은 크지 않은 배 (tugboat)가 이런 통나무들을 강물 위로 끌고 가는 것을 보기도 한다. 이 프레이져 강은 록키산맥에서 시작되어 북쪽으로 돌아서 약 1375 킬로미터를 흘러 광역밴쿠버를 가로질러 태평양으로 흘러들어가는 비씨주에서 가장 긴 강이다. 이 강 이름은 1808년 현재의 북쪽 프린스 조지에서 부터 이 강을 탐험한 탐험가 사이먼 프레이저 (Simon Fraser 1776-1862) 이름을 땄다고 한다.
원래 원주민 Halqemeylem (Upriver Halkomelem)의 부족 언어로 이 강의 이름은 Sto:lo 이다.
유유히 흐르는 프레이저 강 건너편으로 섬이 하나 보이는데 이 섬은 더글라스 아일랜드 (Douglas Island). 이 섬은 크기가 약 187 헥타르 (462 에이커, 약 56만 6천평) 이르는 무인도이다. 원래 Canadian Forest Products 소유였다가 비씨 정부가 4백오십만불에 샀다고 기록에 나와있다. 이 섬은 허드슨베이 회사 창업자이며 밴쿠버 아일랜드와 비씨주 주지사를 역임한 제임스 더글라스 (James Douglas 1803-1877)을 따서 명명되었다고 전해진다. 더글라스 아일랜드는 자연보호 대상으로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지 않으나 카약을 타고 접근할 수는 있다고 한다.
눈 앞에 있는 섬을 바라보며 헤엄쳐서 갈 수 있을까 상상해 보는데 가장 좁은 부분에서 거리 상으로는 가능해 보이기는 하지만 유속이 너무 세다. 보드워크 앞에서 수영을 시작하면 아마 포트만 다리로 흘러가서 계속 태평양 까지 나가버릴 듯 했다.
우리가 걷는 이 프레이저 강변 산책길은 포트 코퀴틀람 태생의 시 위원회 직원으로 18년간 봉사한 Michael Forrest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름을 붙인다고 표시판에 나와있다. 현장에서 수고해온 공무원의 노고를 잊지않고 그 이름을 붙여 기억하는 시당국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이 강변 산책로를 따라 비슷한 모양의 주택과 타운하우스들이 쭈욱 늘어서 있다. 초기에 이 지역이 개발될 때에 계획적으로 만들어지 주택단지다. 생활편의 시설이 바로 옆에 있지는 않지만 리버뷰에 아름다운 산책로를 끼고 있는 아주 조용하고 아늑하고 안전한 느낌이 들었다.
계속 걷다보면 주택 단지가 끝나는 지점 부터는 보드워크를 벗어나 자갈길과 아스팔트길이 함께 있는 트레일이 이어진다. 아스팔트길은 원래 차도였던 듯 하나 차량통행은 금지 시키고 있어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개를 데리고 자유롭게 산책시키기에 아주 편해 보였다. 한쪽으로는 계속 프레이저 강을 조망하며 걷게 된다.
이 산책로를 한참 더 걸어올라가면 마을 현지 사람들에게 유명한 펍, Gillnetter Pub이 나오는데 매리힐 바이패스를 지나면서는 늘 봤지만 실제로 들어가보진 못했다. 구글 사진으로 소개한다. 건물 입구의 1864년이라는 숫자를 보니 제임스 프레이저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듯. 이 펍에 녹아든 역사가 느껴진다.
펍까지 가진 못하고 뒤돌아서 트레일을 거쳐 보드워크 까지 되돌아 나와서 골프용으로 싸간 김밥과 과일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긴 산책은 아니었지만 비씨주의 역사를 품고있는 프레이저강과 더글라스 아일랜드를 바라보며 현재를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의 일상 속으로 함께 걸어들어가 본 느낌이 들었다. 이제 다시 집으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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