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밴쿠버에 도착한 내게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도심 고속도로 주변으로 펼쳐진 넓은 녹지와 우거진 숲과 더불어, 한겨울에도 너무도 싱싱하고 푸릇푸릇한 동네 주택마당과 골프장의 잔디였다. 밴쿠버는 많은 비와 온화한 기후로 인해 땅이 비옥하고 나무가 참 크게 잘 자라난다. 대신, 뿌리가 깊지는 못해서 우리가 밴쿠버 도착하던 바로 그해에 심한 강풍에 스탠리파크를 비롯해 수많은 나무가 쓰러지기도 했다. 당시 이 나무들을 구하고 숲을 재건시키는데 참여하는 밴쿠버 시민들의 자발적인 도네이션은 큰 감동이었다.
밴쿠버에서 골프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봄에서 늦가을에 이르기 까지 맑은 공기, 아름다운 풍광, 한여름 햇살 아래서도 무덥지 않고 나무 그늘 안에서 바로 청량한 느낌이 드는 밴쿠버 날씨는 골프광들에게 천국과 같은 곳이다. 게다가 여름에는 백야는 아닐지라도 최대 밤 10시 까지 훤한 날이 이어지니 저녁 식사후 18홀을 돌아나온다.
밴쿠버는 겨울이 우기인지라 비오는 날이 대다수이고 그 길었던 낮시간도 하루가 다르게 짧아져서 연말경에는 오후 4시 부터 컴컴해지기는 하지만 비가 잠시 멈추면 어느새 골퍼들이 골프장을 누비고 다니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비가 다소 오는 가운데서도 장화 신고 우산 쓰고 라운딩하는 부류는 대개 한국사람들인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서의 라운딩과 비교해 한국 방문객들이 몇번 라운딩하면 한국비행기값 번다는 우스개 소리도 틀린 말이 아닐터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골프가 사양산업이라는 보도가 많이 나왔었다. 플레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배우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젊은이들에게 외면을 받는다는 내용에 대안으로 디스크 골프나 퍼팅 홀을 넓게 해서 좀 쉽게 플레이하는 방법들도 제기된 걸로 기억하다. 하지만 지난해 부터 이어진 코로나 사태로 집콕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로 골프장과 연습장은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으니 이런 시대적인 변동상황은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18홀 골프 코스는 밴쿠버 아일랜드에 위치한 Victoria Golf Club으로
1893년 오픈하여 북미에서는 두번째라 한다. (북미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골프장은 Niagara Golf Club circa 1875)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장으로 여겨지는 스코틀랜드의 Old Course at St Andrews는 그 역사가 15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골프는 그 보다 훨씬 더 이전 기원전에 양치는 목동들이 양을 치다가 심심하니 막대기로 돌을 쳐서 구멍에 넣는 놀이로 시작되었다하는 남편 썰도 있는데 이또한 신빙성이 있는 듯 하다 ㅎ
캐나다에는 2346개의 골프장 및 시설이 있으며 골프인구는 5백7십만명 정도라고 한다. BC주에만 300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이 중 밴쿠버시 안에 11개, 밴쿠버시에서 20마일 (32킬로미터) 이내 지역에 42개가 더 있으니 차로 한시간 이내 거리에 50개가 넘는 골프장이 있는 셈이다. 이 중에 10개가 municipal 시립, 즉 시에서 운영하고, 6개는 private, 나머지는 모두 public 골프클럽들이다. 18홀 또는 36홀의 정규 코스 이외에서 많은 미니 골프장들이 있는데 이는 Pitch and Putt이라고 하여 주로 Par 3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는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 대동하여 놀이로 골프를 즐기는 모습을 많이 본다.
밴쿠버 지역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골프클럽으로 The Vancouver Golf Club 밴쿠버 골프클럽을 꼽을 수 있다.
1910년에 개장하여 백년이 넘었고 개장 당시에는 밴쿠버에서 먼 외곽지역이었겠지만 지금은 한인들도 많이 거주하는 코퀴틀람시의 주택가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이 골프장에서는 그동안 2번의 senior PGA와 3번의 LPGA가 개최되었고 그중 2012년에 열린 대회에서는 당시 아마츄어로 15세이던 리디아고가 우승하는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데다 우리집 안방에서도 코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멋진 골프장이지만 거기서 플레이해 보는 것은 깨끗이 포기할 수 밖에. 사설클럽이라 비싼 회원권은 차치하고라도 기존 회원의 추천을 받아서 멤버를 받는 걸로 알고 있다.
밴쿠버 골프장을 가까이 눈으로 바라보는 걸로 만족하며 우리의 한결같은 선택은 다소 멀지만 (집에서 45분) 광역밴쿠버에서 가장 저렴한 곳 중 하나인 골든이글 골프장이다.
밴쿠버에서 할 수 있는 수많은 야외 활동 중 골프는, 남편을 비롯한 한국인들이 지극히 사랑하는 운동이요 일종의 문화라고 여겨진다. 내게는 그저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푸른 잔디를 걷는 산보에 불과하지만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하루 분량 힐링은 된다. 다만 여러 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뒤끝으로 예리하게 남아있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어떠랴. 이 또한 내 정신수양을 위함이려니 생각하며 “오잘공” 한 두개에 위안 삼아보며 다음을 기약한다.
(오잘공: 오늘 잘 맞은 공)
참고한 출처들:
www.vancouvergolfclub.com/
www.victoriagolf.com/
en.wikipedia.org/wiki/Old_Course_at_St_Andrews
golfinbritishcolumbia.com/bc-golf-guides/#map
golfcanada.ca/app/uploads/2015/07/NGF-GOLF-CANADA_ENGLISH-Final-July8.pdfhttps://en.wikipedia.org/wiki/Vancouver_Golf_Club
britishcolumbia.com/plan-your-trip/maps-of-bc/golf-courses-vancou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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