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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버나비 마운틴 골프연습장

by 밴쿠버제니 2021. 2. 7.

Swing by the driving range

학창시절 체력장이라고 있었다.

백미터 달리기, 오래달리기, 매달리기, 왕복달리기, 던지기, 멀리뛰기, 윗몸일으키기 등등
이런 종목 점수를 입시에 반영하던 시절이었다.
보기 보다 운동신경이 둔한 나의 가장 큰 약점은 백미터 달리기와 던지기.
달리기에 속도가 좀 느린 것은 흉이 덜 되었지만
반친구들 앞에서 던진 내 공이 딱 2미터 앞에 떨어질 때의 난감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보다 못한 선생님이 다시 해보라고 여러번 기회를 주셨지만 비슷한 결과에
난 그냥 운동신경이 둔한 아이로 스스로를 규정 지었던 듯 하고
그 이후 내 인생에서 운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었다.
수영과 스키를 약간씩 배워 한다고는 하지만 
즐기지도 못하고 나아지지도 않고 그저 사회생활용~
잘 하는 종목 없이도 내 인생 별 불편없이 살아오던 어느 날
남편이 가는 골프연습장에 따라가 보았고 중고 골프채를 구입하고
밴쿠버라는 날씨와 환경에 밀려 골프에 입문하게 되었다.

똑딱이로 시작한 나의 골프스윙은 늘 땅을 찍거나 허공을 가르기 일쑤라
어릴 적 던지기로 망한 내 운동편력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이 새삼 매번 확인되었다.
반면에 어린 시절 리틀야구에서 활동한 남편은 레슨 받은 적도 없는데
반대편 철망 끝까지 찰진 공을 날려보내고 있었다.
그러니 그이의 반복되는 잔소리에 속상하지만 꼼짝없이 당하면서
다시 마음을 잡고 채를 잡아보지만 잘 해보려하는 순간
내 손과 내 어깨와 온몸에 힘이 꽈악 차오르며 또다시 퍽하고 찍고 마는 나의 애처로운 스윙.
그럴때 마다 난, 온몸으로 바위를 밀어올리는 노동의 굴레 속에 빠져
끝없는 공간과 시간과 싸우는 신화 속의 인물 시지프스 (Sisyphus)가 되어
이 무익한 노동에서 도피할 것인가, 적당히 타협하고 가냘픈 희망을 놓치 않을 것인가,
아니면 그래 한번 해보자 덤벼봐라 하고 치열하게 싸워볼 것인가 
이런 오만가지 생각 속에서도 뜨떠미지근한 밴쿠버 라이프에서 달리 할 일이 별로 없었기에
피트니스 간다는 심정으로 연습장을 오갔다.

그렇게 1년을 버티다 드디어 골프장 연회원권을 구입하고
우리 부부는 지난 2년간 일주일에 서너번씩 라운딩을 하게 된다.
연간 멤버쉽 가격이 가장 저렴한 곳으로 고른 골든이글 골프장은 집에서 다소 멀지만 (28키로 정도 거리)
풍광이 참 아름답고 2개의 18홀이 있어서 덜 붐비는 남쪽에서 앞뒤로 아무 팀이 없이 다니기도 하는지라
내 스윙이 헛스윙이든 땅을 찍든, 공을 발로 차고 가든, 몇 개씩 치고 가든 눈치 볼 일이 없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라운딩에서 몸에 힘이 빠지고 연습장에서보다 공이 더 잘 맞는 경험이 생기기도 한다.
사실 푸른 하늘 아래 멋진 나무들을 만나고 풀냄새를 맡는 시간은 골프 보다 더 소중하다.

멤버쉽 구입을 미루고 맞은 이번 겨울에 전에 다니던 버나비 골프장 연습장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집에서 차로 15분 정도에 도착하는 골프장 한켠에 있는 Driving Range (연습장)
골프장 부속이라 주변으로 보이는 코스들이 그림 같고, 라운딩 하는 골퍼들도 볼 수 있다.
특히 1번 홀에서 티샷하는 긴장된 자세를 보면 마치 내가 그 위에 서있는 듯 감정이입이 된다.
사무실에서 카드로 공을 사고, 연습장 입구에서 바구니에 공을 뽑고, 타석에서 들어서서 채를 잡으면
바로 코 앞에 공던지고 돌아서던 어린 나의 모습과
시지프스까지 끌어내던 내 비장한 발길까지 선연히 떠오르지만, 
비록 땅을 치더라도 이 스윙 한 개가 나라는 인간을 규정짓지는 못한다고 마음 먹는데
어라~ 방금 그 가볍고 찰진 느낌은 뭐지??


주차장에서 골프장과 연습장 쪽으로 들어가는 입구
연습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있는 연못 (Squint Lake)과 분수
이건 지난 가을 풍경이다
버나비마운틴 골프장 내에 있는 레스토랑과 그 옆 퍼팅 연습장 (퍼팅도 거리두기 지켜서 하도록 구분되어있다)
주차장에서 식당쪽으로 있는 짧은 숲길 
연말에는 라이팅 장식도 한다
연습장 걸어갈 때 마다 그 크기에 감탄하는 식물 (이름은 모름).  한 장 떼서 우산으로 쓰면 서너명 비를 피할 듯 하다.
클럽하우스 앞 1번 홀에서 티샷하는 모습.  제발 힘 빼고 연습 스윙 처럼만 치세요~
연습장 입구에 들어서면 여기에서 미리 지불한 카드 넣고 볼을 뽑는다.  한 바구니에 50개.  우리는 85 바스켓을 340불에 구입했으니 한 바구니에 4불 정도이다
코로나에 갈 곳 없어 그런지 골프장과 연습장은 전 보다 훨씬 더 붐빈다
연습장 전경
나이스 샷~


사족 한 가지,
잠시 들린다는 뜻으로 쓰는 영어표현에 come by, drop by, swing by, stop by
조금더 확대하면 drop in, pop in, come over 등등 무수하게 많지만
그중 swing by는 연습장에서 쓰기에 참 위트있는 표현 같다.

Thank you for swinging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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