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장터에서 다리 너머 메밀밭으로 가는 중이다.
이 안내도에서 보듯이 오전에 들린 이효석 문학관이 위치한 지역 전체가 봉평 효석문화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조성되어 있으니 이효석이라는 인물과 그 작품을 모르고서 떠날 수가 없게 만들어져 있는 곳이 바로 봉평이다.
한 작가의 짧은 글이 지역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이렇게 클 수 있슴에 놀랍다.
이효석이라는 인물과 작품이 봉평에서 메밀밭의 꽃잎으로 엮어있는 느낌이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븟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이 보고 적어내려간 메밀밭은 내년에나 기대해야 할 거 같다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게 사진을 찍고있는 사람들이 마냥 즐거워보인다.
그렇다. 올해 폭우로 메밀농사를 망쳤고 메밀꽃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이 마을 전체에 살아있지 아니한가. 즐겁게 보고 느끼면 그만이다.
메밀밭 입구는 다양한 꽃으로 장식되어 있어 메밀꽃이 없어도 실망스럽지 않았다.
게다가 멀리보니 꼬마열차 같은 차량도 운행 중이라 돌아오면 한번 타보기로 했다.
깡통을 잘라 만든 좌석에 골프카트가 끌고 있는 듯한 모양의 꼬마열차 (내가 붙힌 이름이다). 열차가 들어오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주르르 오르고 내려탄다. 우리는 깡통 속이 아니라 운전수 뒷자리에 나란히 앉게 되어 좌석이 편했다.
아주 짧았지만 꼬마기차를 타고 돌아본 메밀밭은 느낌이 또달랐다.
입구의 흙이 드러난 황량한 밭과는 다르게 제법 하얀 메밀꽃이 피어난~ 소금을 뿌린 듯 까지는 아니지만~
메밀밭이 거기 있었다.
짧은 메밀밭 투어를 마치고 길을 건너면 젊은 날 허생원의 이야기 속 물레방앗간이 있다.
"장 선 꼭 이런 날 밤이었네. 객줏집 토방이란 무더워서 잠이 들어야지. 밤중은 돼서 혼자 일어나 개울가에 목욕하러 나갔지. 봉평은 지금이나 그제나 마찬가지지. 보이는 곳마다 메밀밭이어서개울가가 어디 없이 하얀 꽃이야. 돌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나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이상한 일도 많지. 거기서 난데없는 성서방네 처녀와 마주쳤단 말이네. 봉평서야 제일가는 일색이었지……"
메밀밭과 물레방앗간을 거쳐 이효석 문학관으로 난 숲길을 걸어 올라가본다.
문학관과 달빛언덕, 이효석 생가터 까지 한바퀴 걸어서 다녀오기에 딱 좋은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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